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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X 거래소 파산 사태, '시장의 신뢰'가 무너졌다

by 돌먼 2022. 11. 20.

세계 3위 가상자산 거래소 FTX가 파산했다는 소식, 이제는 모두가 알고 있다. FTX 유동성 위기 이슈가 거론된 지 불과 며칠 만에 FTX는 파산신청을 해버리고, 시장은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게다가 뚜껑을 열어보니 어떻게 이따위로 거래소를 운영했나 싶을 정도로 FTX 운영은 부도덕한 사기 수준이었다.

 

가상자산 업계에 있어서 최악의 사건으로 기록될 FTX 사태, 그리고 창업자 샘 뱅크먼 프리드의 몰락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FTX 거래소, 망할 일은 절대 없을 줄 알았는데

          

 

   

FTX 거래소에 달러를 예치만 하면 1만 달러까진 연 8%, 1만~10만 달러엔 연 5% 이자를 준다는 말에 사람들이 몰렸다. 그래서 이미 코인 좀 아는 사람들은 일종의 달러 예금처럼FTX에 예치하곤 했다. 그리고 그들 모두가 입을 모아 하던 말이 있었다.

 

FTX가 망하면 코인판도 망하는 거야

 

그러나 그 일이 터져버렸다.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3위라는 FTX가 11일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 파산신청을 한 것이다. 파산신청서에 따르면 부채규모는 최대 500억 달러(66조원)다. 시장은 그 잘 나가던 FTX가 어떻게 파산을 할 수 있느냐며 충격에 빠졌다.

 

그런데 정말 심각한 문제는 FTX가 10억~20억 달러( 1조3000억~2조6000억)나 되는 고객의 돈에 손을 댔다는 사실이다. 가상자산 세계를 구원할 영웅’처럼 굴었던 FTX와 그 창업자가 알고 보니 간 큰 사기꾼이나 다름 없었던 것이다. 

          

             

 


                         

가상화폐계의 슈퍼스타,

FTX 창업자 '샘 뱅크먼 프리드'

 

 

240억 달러(약 32조원). 2019 FTX를 창업한 1992년생 샘 뱅크먼 프리드가 올해 상반기 공개했던(지금은 사라져버린) 재산규모다. 좋은 집안(부모 모두 스탠퍼드 법대 교수)에 MIT 졸업장을 가진 이 젊은 사업가는 업계의 엄청난 스타였다. 뽀글한 곱슬머리에 헐렁한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은 다소 어리숙해 보이는 외모가 오히려 호감으로도 작용했다. 남다른 스펙의 뱅크먼 프리드는 소프트뱅크, 타이거글로벌블랙록 같은 기관투자자의 투자를 끌어모으며 FTX를 키워왔다.

      

       

동시에 마케팅 수완도 대단했는데. 이를 테면 미국 프로농구(NBA) 마이애미 히트 홈구장 이름을 ‘FTX 아레나’로 붙였고(13500만 달러짜리 명명권 구입), 미식축구 NFL 결승전 슈퍼볼 광고까지 사들였다(30초에 700만 달러). 패션모델 지젤 번천과 보그 화보도 찍은 바 있다.

                    

그의 명성을 더 높인 계기는 지난 5월 일어난 루나 사태였다. 루나 사태로 고꾸라지던 가상자산 업체들에 동아줄을 던져주며 ‘업계의 구원자’ 노릇을 한 것이다. 블록파이에 4억 달러, 보이저 디지털에 5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해줬다. 

     

    

 

   

이런 행보로 뱅크먼 프리드는 ‘1인 중앙은행’, ‘크립 토계의 피어폰트 모건(JP모건 설립자)’이란 타이틀을 얻었다. 포춘지는 8-9월호에 ‘차기 워런 버핏(The Next Warren Buffett)?’이라며 그를 표지모델로 내세우기까지 했다. 

 

그런데 지금 와서 보니 이러한 그의 결정은 업계를 구원하기 위한 거룩한 정신이었다기 보단, FTX가 가라앉게 생겼으니 무리하게라도 덩치를 키워 겉으로 멀쩡한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의도였다.

       

 

        


 

 

FTX와 알라메다, 둘은 무슨 관계인가

          

 

    

가상자산 투자회사 알라메다 리서치 FTX의 핵심 관계사다. 그런데 지난 11월 2일 가상화폐 전문매체 코인데스크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알라메다의 대차대조표 상 자산(146억 달러) 대부분이 FTX 거래소가 발행한 자체 코인(FTT)으로 채워져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이 FTT코인을 담보로 알라메다는 대출을 받아 여기저기 투자하고 있었다는 사실까지 드러났다. 

    

 

코인데스크 기사

 

FTX와 알라메다
비정상적으로 가깝다

냄새가 노골적으로 난다

 

이러한 보도 내용에 시장은 술렁거리기 시작했는데, ‘FTT 코인 가격이 무너지면 알라메다도 무너지고 FTX도 줄줄이 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퍼졌다. 

 

위태로운 상황에서 가상자산 거래소 세계 1(점유율 50% 넘음) 바이낸스의 자오창펑 CEO 까지도 바이낸스 장부에 남아있던 모든 FTT를 팔겠다”라며 폭탄발언을 보탰다. 그 파장은 그야말로 일파만파가 됐다. FTT코인 가격이 급락하는 동시에, FTX거래소에서 자산을 빼는 ‘코인 런’이 벌어졌다.

         

 

      


     

바이낸스 인수설과 확인된 '막장'

    

 

                 

              

그 직후 FTX의 뱅크먼 프리드는 “FTX는 괜찮다. 자금도 문제없다”라며 달래기에 나섰고, 동시에 자오창펑에게는 FTX를 인수해달라고 SOS를 보내 인수의향서(LOI)까지 맺으며 사태 수습에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이 조차도 자오창펑이 “FTX 상황은 우리가 도울 능력 범위를 넘어섰다”라고 철회하면서 인수 이야기가 나온 지 단 하루 만에 사태는 더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됐다.

          

사실 이때만 해도 FTX사태는 코인판 리먼사태(위험관리 실패로 인한 위기)’인 줄로 알려졌다. 동시에 ‘이거 바이낸스의 FTX 죽이기 아니야?’라는 추측도 많았다. 이는 단순한 음모론이 아니라 뉴욕타임스나 블룸버그 같은 미국 주류 언론까지 이런 시각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바이낸스는 압도적 1위 거래소이긴 하지만, 딱히 미국에 기반이 없다는 약점이 있다. 그래서 미국 의회가 추진하는 가상자산 규제 법안(특징=미국 바깥의 거래소에 크게 타격)을 두고 자오창펑(규제안 반대)과 샘 뱅크먼 프리드(규제안 찬성)는 입장이 완전히 엇갈렸다.

미국 정치권 인맥이 탄탄한 뱅크먼 프리드(바이든 대선 자금 기부자 중 2위)는 중국계인 자오창펑을 향해 ‘워싱턴에 갈 수 있나?’고 조롱하적도 있다. 이런 스토리를 엮어서 마치 중국계 거래소 바이낸스가 미국계 FTX를 무너뜨렸다는 식의 해설이 나온 것이다.

 

결국 11 FTX는 파산을 신청했고 뱅크먼 프리드는 CEO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은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고객의 돈을 빼돌린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22년도 버전의 '엔론 사태'

 

 

 

거래소는 은행과 다르다. 국내 주식시장에 비유하자면 가상자산 거래소는 ‘한국거래소+증권사+예탁결제원’의 기능을 합친 것과 같은 기능을 한다.

 

그리고 거래소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내가 거래해서 맡겨둔 코인을 거래소가 잘 보관해둘 거라고 믿는다. 거래 수수료는 이러한 믿음에 대한 대가다. 만약 고객들이 내 코인과 현금을 돌려내라고 한다면? 거래소가 내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FTX는 이 기본을 무시했다. 고객 계좌에 있던 FTT 코인 100억 달러 어치를 계열사인 알라메다에 고객 동의 없이 무단으로 대출해준 것이다. 100억 달러는 FTX 고객 자산(160억 달러)의 절반이 넘는 금액이다.

 

사실 알라메다는 루나 사태의 여파로 코인 벤처 투자에 실패하면서 지난 6월 대출 상환 요구에 시달렸다.그리고 알라메다의 빚을 갚기 위해 FTX가 고객 계좌에서 자산을 빼서 메워줬다. 완전히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긴 꼴인 것인데, 심지어그중 10억~20억 달러는 아예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제대로 미친 것이 아닌가?

 

 

“FTX사태는 리먼이 아닌 엔론 사건의 재연이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이 이 사건의 본질을 정확히 짚었다. 위험 관리를 못해 벌어진 위기(리먼 파산)가 아니라, 경영진이 짜고 저지른 범죄(엔론 파산)라는 것이다. 

 

다만 FTX사태가 가상자산 시장에 일으킨 파장은 리먼 사태 못지않다.당장 큰일 난 건 FTX 고객들인데, 돈을 일부라도 돌려받을 수 있을지 또 그것조차도 언제쯤 가능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참고로 2014년 당시 세계 1위였던 마운트곡스 거래소가 해킹으로 파산했는데, 고객들은 아직도 배상을 못 받고 있다. FTX의 한국인 고객이 얼마나 되는지는 정확히 알 방법은 없지만, FTX 접속자 수 기준 일본 다음으로 많은 게 한국(6%)이라고이라고고 한다.

 

엔론 파산 사태 (2001년) 

"자본주의의 어두운 단면이 드러나다"


엔론사는 통신, 천연가스, 전기, 제지, 플라스틱, 석유 화학, 철강, 심지어 "기후 리스크 관리" 같은 분야에까지 손을 댄 에너지 기업이었다. 1931년 네브래스카 주 오마하에서 노던 내추럴 가스 컴퍼니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이 회사는 사업을 점차 확장하였고 1980년대에는 엔론으로 사명을 바꾸었다.

유명 경제 잡지인 『포춘지』가 수년간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이라고 극찬하였고, 2000년에는 '일하기 좋은 100대 회사'에 꼽히기도 했던 엔론은 텍사스 주 휴스턴에 있는 호화로운 본사 건물을 소유하고, 약 2만 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었다.

그러나 엔론의 자산과 이익 수치는 대부분 가짜였다-어떤 경우에는 엄청나게 부풀려졌으며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날조인 것도 있었다. 빚과 손실은 교묘하게 감추어져 있었다. 엔론의 가장 가치 있는 자산이자 실질적인 수익원은 이 회사의 모태였던 노던 내추럴 가스 컴퍼니뿐이었다.

사회적으로 큰 존경을 받던 기업이 사실은 교묘한 회계 부정에 의존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엔론은 기업의 탐욕과 부패, 그리고 자본주의의 어두운 면과 동의어가 되었다.

 

 


 

 

샘 뱅크먼 프리드가 남긴 '죄송하다'는 내용의 트윗

     

병뚜껑에 일단 x가리 박자

 


 

국내 거래소들은 안전할까?

        

   

    

FTX 사태를 접하면서 한편으로는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는 괜찮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나마 다행인 건 원화 입출금이 가능한 5개 국내 거래소는 정기적으로 실사를 받는다. 고객이 예치한 코인과 실제 거래소가 보유한 코인이 같은지 실사를 거쳐 분기마다 보고서를 낸다. 

 

사실 과거에 고객 돈을 빼서 쓰던 작은 거래소들이 많았지만, 대부분 이미 파산했다. FTX 같은 큰 거래소 그랬다는 게 다시 한번 놀라운 이유다.

 

실제로 해외 거래소에 비해 국내 거래소가 예치금 관리를 더 엄격하게 해와서 상대적으로 안전하긴 하다. 국내 감독당국이 해외보다 보수적이었던 게 역설적으로 도움이 된 측면이 있다.

 

FTX 같은 해외 거래소는 산하에 관계사가 많아서 필요할 때 돈을 빌려주면서 수익 창출을 하기도 한다. 이와 달리 국내엔 그런 생태계가 없고 수수료 비즈니스만 해왔다. 다만 국내 거래소들이 100% 지갑을 공개하는 건 아니라서, 확인할 수 있는 건 아니다.

       

 

      


 

FTX 사태로 시작된

'가상화폐' 겨울이 매섭다

  

  

 

    

FTX와 알라메다가 투자했던 토큰이 워낙 많기 때문에, 청산하는 과정에서 내다 팔면서 시장이 무너질 수 있다. 기본적으로 심리가 중요한데, 신규 투자금은 안 들어오고 (코인을) 들고 있는 사람은 팔고 나가고 있다. FTX에 기관이 많이 투자해왔는데, 기관들이 손을 떼고 있다

 

그동안 연준의 금리인상이 멈추면 자산시장 상승과 함께 크립토도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이번 사태로 ‘크립토 윈터’가 더 길어질 수 있다.

 

게다가 FTX는 단순한 거래소가 아니라 가상자산 시장의 거대한 기둥 중 하나였다. FTX와 관련된 프로젝트가 상당히 많다. 

 

단기적으로는 FTX 파산의 영향이 수면 위로 안 드러나더라도 나중에 그 영향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리고 FTX 파산 여파는 루나 사태보다도 훨씬 클 수 있다. 추가 연쇄 파산 가능성 역시 당연히 존재한다.

 

 

신뢰와 신용은 자본주의 시장의
근간과도 같다

신뢰가 무너진 가상화폐 시장

어쩌면 가상화폐 겨울은
모두의 예상보다도
길어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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