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D램 업체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감산을 결정하면서 글로벌 반도체주가 일제히 하락했다. 내년 업황 반등을 기대하며 최근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주가가 반등세에 있었지만 마이크론의 감산 발표가 최악의 반도체 업황을 다시 한번 일깨웠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마이크론의 감산이 오히려 반도체 업황의 반등 시기를 앞당길 것이며, 어쩌면 지금이 삼성전자를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시점이라고도 본다.
SK하이닉스는 결국 버티지 못했어요
17일 SK하이닉스 주가는 4.15% 하락한 8만7700원을 기록했다. 심지어 개장 직후에는 10% 넘게 급락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도 2.07% 하락한 6만14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매매동향에서도 외국인이 SK하이닉스를 680억원어치, 삼성전자는 1137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삼성전자 매매동향 : 이달(11월1일~18일) 누적 기준으로 외국인은 4193억원, 기관은 3842억원 담았다. 반대로 개인은 8147억원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날 반도체주가 급락세를 보인 것은 전날 마이크론의 감산 발표 때문이다. 마이크론은 생산공정에 투입하는 웨이퍼(반도체 원판) 수량을 지난 6~8월 대비 약 20% 축소하기로 하는 한편 설비투자까지 추가로 줄이기로 했다. 경기 침체로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 수요가 줄면서 재고가 쌓이는 데 따른 대응이다.
마이크론은 내년 D램 생산 비트그로스(bit growth·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는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낸드플래시는 한 자릿수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2000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내년 업황 반등을 바라보고
반도체 주가가 미리 상승했지만
아직 최악의 업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마이크론이 상기시켜준 것이다
예상보다 일찍 바닥을 찍은 업황,
오히려 더 좋아?
마이크론의 감산 결정이 결국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반등하는 시기를 앞당기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경기 침체로 수요가 좋지 않더라도 공급이 줄어들어 수요를 밑도는 상황이 발생하면 제품 가격이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위적인 감산은 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삼성에게는 오히려 시장에서의 점유율 상승을 노려볼만한 기회다. 과거 10여 년간 반도체 다운 사이클 끝자락에서는 항상 주요 업체들의 감산과 설비투자 축소가 진행돼왔다는 점에서 업계 3위 마이크론의 감산 결정은 반도체 다운사이클의 끝을 알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기업들이 투자 축소와 감산을 발표하고 실제 반도체 공급이 감소하기까지는 6개월가량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그래서 내년 2분기부터 수급이 개선되기 시작해 3분기부터 메모리 업황이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게다가 반도체 주가가 업황을 6개월가량 선행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초부터 주가는 정상화 추세에 오를 수 있다.
홀로 꽃길을 준비하는 삼성전자
반도체 위기마다 감산 대신 버티기로 승부해온 삼성전자는 이번에도 역시 정공법이다.
사실 삼성전자의 체급과 체력은 여타 기업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다른 기업들이 꺾인 업황에 몸을 웅크리는 동안 삼성전자는 120조원이 넘는 현금 실탄을 바탕으로 올해 54조원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시설투자를 단행했다. 업황이 다시 회복하기 시작하는 시점에 그 누구보다 빠르게 시장을 장악해 나가겠다는 심산이다.
올해 3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보유액은 약 129조원이다. 반도체 2위인 SK하이닉스의 현금성 자산이 약 7조원인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삼성전자의 설비투자는 고금리·고환율 여파로 인한 영향을 감안했을 때 그 규모 자체도 어마어마하지만 경쟁사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두드러진다. 1996년 이후 한결같이 유지하고 있는 이 전략이 또다시 삼성을 살리는 묘수가 될지 관심이다.
대만 TSMC는 연말까지 설비투자액을 360억 달러(51조4000억원)만 집행하겠다고 했다. 당초 목표치 400억 달러에서 10%를 하향 조정한 것이다.
미국 인텔 역시 올해에만 판매·운용비용에서 30억 달러(4조3000억원)을 절감하는 등 2025년까지 최대 100억 달러(14조2000억원)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낸드플래시 부문에서 2위를 달리는 일본 키옥시아도 지난달부터 생산량을 30% 줄였다.
SK하이닉스는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진단, 10조원대 후반으로 예상되는 올해 투자 규모를 내년에는 절반 이상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수익성이 낮은 제품은 감산한다.
역사가 기억하는 삼성전자의 뚝심
삼성전자는 지난 30년간 이어진 크고 작은 반도체 전쟁에서 끝까지 살아남은 경험을 갖고 있다. 위기 때마다 경쟁사들이 몸집 줄이기에 나선 것과 달리 홀로 버티기와 투자 전략을 구사하며 승자로 우뚝 선 것이다.
실제 2009년 당시 극단적인 출혈경쟁으로 제품 가격이 폭락한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불어닥치며 독일 키몬다(Qimonda)가 파산했다. 이후 세계 3위 D램업체였던 일본 엘피다는 정부의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에도 D램 가격 폭락과 엔고를 이겨내지 못하며 미국 마이크론에 경영권을 넘겼다.
반복되는 불황 사이클 속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여러 글로벌 기업들의 흥망성쇠를 거쳐 오늘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빅3' 체제로 안착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도 이 기간 급격히 뛰었다. 2000년 당시 18.9%였던 D램 점유율은 치킨게임을 거쳐 2009년 33.6%, 2010년 37.4%로 올라섰으며 2011년에는 처음으로 40%를 돌파했다. 올해 2분기 기준 점유율은 43.4%다. 낸드플래시는 33.1%로 역시 1위다.
성공경험과 승자 DNA을 바탕으로 삼성전자는 반도체 한파에도 감산은 커녕 오히려 투자를 늘리며 시장 장악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공급을 줄이지 않기 때문에 단기적인 타격은 불가피하겠지만, 내년부터 안정을 되찾을 반도체 시장을 대비한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전략일 수 있다.
감산하지 않겠다고 한
삼성전자의 결정은
어쩌면 다시 찾아올 반도체 업사이클에서
신의 한수가 될지 모르겠다
미래에서조차 미래 먹거리가 될
'파운드리'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가 대만 TSMC와 경쟁 중인 4㎚(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을 비롯해 전반적인 칩 검증 프로세스의 신뢰성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의 반도체 설계·검증 솔루션 기업인 ‘실리콘프론트라인’과 협력한다.
삼성 파운드리는 올해 본격적으로 도입한 4나노 공정에서 수율(양품 비율)과 성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최대 고객사인 퀄컴을 TSMC에 넘겨주기도 했다. 이를 극복하고 파운드리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하여 삼성전자는 지속적으로 협력사 생태계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올해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4나노 라인 공정을 적용한 삼성 시스템LSI 사업부의 ‘엑시노스 2200′와 ‘스냅드래곤8 1세대’ 제품을 주력으로 삼았지만, 초기부터 두 제품 간 성능 격차와 최적화 등의 문제로 홍역을 앓았다.
이어 퀄컴이 지난 5월 업그레이드 버전인 ‘스냅드래곤8+ 1세대’ 생산을 TSMC에 몰아주기로 결정하면서 사실상 삼성 파운드리는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선단 공정을 비롯해 파운드리 생산의 전반적인 수율 이슈 점검, 칩 성능 개선을 위해 미국 실리콘프론트라인와 협업하기로 했다.
나노공정 : 반도체의 회로 폭을 100nm 이하로 생산하는 반도체 공정을 말한다. 예를 들어 30나노공정이라 하면, 반도체 소자에 들어가는 회로의 선폭이 사람의 머리카락 굵기의 4000분의 1 수준인 30nm 급임을 의미한다. 나노공정이 미세해질수록 칩의 크기를 줄일 수 있어 원가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장점이 있다.
▶ 7나노 이하(7나노, 5나노, 3나노)의 반도체 공정을 선단(첨단) 공정이라 한다.
이번에 삼성이 손을 내민 실리콘프론트라인은 칩의 솔루션 적격성 평가를 비롯해 정전기(ESD) 방지 기술 등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반도체 생산공정 전반에 대한 오류를 분석해 이에 적합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특화된 기업이다.
ESD는 반도체 제품의 중요한 불량 원인이다. 제조 공정 중 장비, 금속 등이 마찰하며 생기게 되는 ESD를 막는 방지 기술은 수율 확보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친다.
삼성전자는 실리콘프론트라인의 기술을 오랫동안 평가해왔고 칩 설계와 생산 과정에서 도입해보면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미세공정이 고도화할수록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는 고난도의 칩 생산에 앞서 검증을 더 강화하는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국가별 공급망 내재화 전략이 앞다퉈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미·중 반도체 패권 다툼, 초미세 공정 반도체 경쟁이 한 데 맞물리면서 각국은 삼성의 움직임을 주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방한하는 여러 정상들이 평택캠퍼스를 찾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반도체 공급망이 진영화(블록화)되는 상황에서 삼성 반도체가 갖는 의미는 굉장히 크다. 미·중 갈등 심화로 반도체 공급망 확보가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해지면서 '한국' 그리고 '삼성전자'가 그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야
미리미리 준비해서
물 들어왔을때
우리 제대로 노 저어보자고
알았지?
10만전자 가보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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