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발표된 연준의 11월 FOMC 의사록은 시장의 예상보다 훨씬 온건했다. 여기서 온건하다는 말은 금리를 낮게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는 비둘기파의 목소리가 강했다는 의미다. 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서는 “과반을 상당히 넘는 수의 참석자들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의 둔화가 곧 적절해질 것으로 판단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미 연준이 입장을 바꿨다?!
종전에 시장에서 내다보던 연준의 생각은 이러했다. ‘앞으로도 금리를 계속 올려나가는 게 필요하며, 그 방향에는 아무것도 거리낄 게 없다.’ 그런데, 정작 의사록에선 연준의 많은 전문가들(연준 집행부 이코노미스트들)이 ‘내년에 경기가 나빠질 게 거의 분명하며, 그에 따라 물가도 꽤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었다.
그러나 물가가 ‘길게 보면’ 낮아질 거란 쪽이지, ‘당분간은’ 크게 낮아질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25년 미국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2%대에 진입할 걸로 예상했지만, 올해 연말엔 5.3%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연준 위원들의 고민은 바로 이 포인트에서 시작된다. 기존에는 ‘경제에 부담이 될 게 뻔하지만 그래도 금리를 계속 빠르게 올리는 게 물가를 빨리 잡을 수 있어 낫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생각보다 물가는 빨리 안 잡히면서 가파른 금리 인상의 부작용은 빠르게 커지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때문에 현재 연준의 고민은 '금리를 계속 빠르게 올려서 경기가 망가지는 리스크와, 금리 인상을 멈췄다가 물가가 잡히지 않고 다시 오르게 될 가능성 사이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 가?'에 있다.
그동안 연준은 경기침체 리스크에 대해서는 별로 고민하지 않았는데, 11월 의사록에선 이 고민이 급격히 부상했다는 것이 새롭다. 다수 위원들이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몇몇(a number of) 위원들은 금리가 충분히 제약적인 수준에 가까워짐에 따라 속도조절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중 상당수는 곧 금리인상 속도조절에 나서는 것이 적절하다고 발언했다.
파월은 왜 거짓말을 했나!
11월 회의가 이런 분위기였다면 이 회의 직후(11월 3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사실상 거짓말을 한 셈이다. 파월 의장은 “금리 인상 중단은 없을 것이고 오히려 시장이 예상하는 최종 금리 수준이 더 올라갈 수도 있다”라고 말했었다. 덕분에 당시 주식시장엔 큰 충격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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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거짓말’을 했을 당시 파월의 고민은 '금리 인상을 멈출 때 멈추더라도, 그 전에 시장이 그런 분위기를 감지하면 안 된다. 사실상 금리를 내려버린 것 같은 축제 분위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였을 것이다. 앞으로도 금리 인상 속도에 브레이크가 걸리면 걸릴수록 파월의 발언은 연준 내부 분위기와는 달리 더 강경해질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파월의 말 속에 담긴 의미를 분별해내는 건 앞으로의 금융 시장에서 투자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통찰이 될 것이다. 향후 파월의 강경한 발언이 전해질 때마다 시장은 그 발언이 ‘말로나마 시장의 분위기를 꺾어놔야만 물가 상승의 불씨를 억누를 수 있다는 파월만의 생각’에서 나온 건지 아니면 ‘파월을 비롯한 연준이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나온 건지 구별하려는 고민에 더 빠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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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통찰이 빛을 발하는 시대
경기 침체가 기정 사실화 되면서 금리 인상이 가져올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연준의 금리 인상이 곧 멈출 것이란 예상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최근 우리나라 은행들은 예금 이자를 1년짜리 정기 예금보다 3년짜리 정기 예금에서 더 낮게 책정하고 있다. 1년짜리 예금은 5%가 넘기도 하지만 3년짜리 예금은 4.5% 수준이다. 예금 기간이 길수록 은행은 자금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통상 이자율을 높게 지급해왔던 것을 생각하면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은 어쩌면 이상한 게 아니라 당연한 걸 수도 있다. 당장은 금리가 높지만 3년 후엔 지금보다 금리가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걸 반영한 것이다. 우리나라 국고채 금리의 경우도 3년 물과 5년 물, 10년 물의 금리가 거의 같은 수준이다.
금리의 정상화 과정이다?
한편 통상적으로는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는 현상이 발생하면 이 또한 '경기침체'의 신호로 해석한다. 역사적으로도 장·단기 금리가 역전될 때면 실제로 큰 경기침체가 왔다. 자본시장 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경기침체는 1962년 이후 총 7차례 있었는데 1960년대를 제외한 6번의 사례에서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관측됐다.
그렇다면 지금을 우리는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여야 할까? 통화정책의 전환을 앞둔 시점, 금리가 정상화되는 그 과도기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까? 아니면 그간 행해진 과격한 통화정책의 부작용으로 '경기침체'가 시작되는 것이라고 봐야 하는 것일까? 다시금 시장을 읽는 눈이 중요해지고 있다.
앞으로도 파월의 발언이 언제나처럼
자신감 넘쳤으면 한다
그가 만약 톤을 바꿔
우려의 메시지를 보낸다면
시장은 정말 그 것을
'공포'로 받아들일 것이다.
어쩌면 단순 공포가 아니라
진짜 '위기'일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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