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의 잭슨홀 연설,
"시장에 쇼크가 됐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이 26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약 8분간의 미팅 연설에서 매파적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물가전쟁은 고통스럽겠지만 금리인상을 쉬어가거나 중단할 여유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예상보다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이 나온 것이 시장에 충격파를 몰고 왔다. 이날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008.38포인트(3.03%) 떨어진 32,283.40에 거래를 마쳤다. 다우존스 마켓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5월 18일 이후 석 달만에 최대폭 하락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41.46포인트(3.37%) 급락한 4,057.66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497.56포인트(3.94%) 폭락한 12,141.71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특히, 금리 부담에 더 민감한 기술주들의 낙폭이 컸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5.4%,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는 4.2%, 마이크로소프트는 3.9% 각각 급락했다. 뉴욕증시 3대 지수의 주간 하락폭은 다우 지수가 4.2%, S&P 500 지수가 4%, 나스닥 지수가 4.4%로 2주 연속 동반 하락했다.
이번 연설은 역대 연준 의장의 연설 가운데 이례적으로 짧았는데, 파월 의장은 그 이유를 두고 “발언은 더 짧아지고 초점은 더 좁아지고 메시지는 더 직접적으로 전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잭슨홀 미팅 : 미국 연방은행 중 하나인 캔자스시티 연방은행(Federal Reserve Bank of Kansas City)이 매년 8월 와이오밍주의 휴양지인 잭슨홀에서 개최하는 경제정책 심포지엄.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와 재무장관, 경제학자, 금융시장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1978년부터 열리기 시작하였으며 1985년까지는 미국의 농업 관련 주제를 다루다가, 1986년부터 본격적으로 경제정책 및 금융시장에 관한 주제들을 논의하기 시작하였다.
열리는 해의 경제 현안에 따라 주제가 정해지며, 주로 해당 주제에 대해 중앙은행이 어떻게 정책적으로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세계의 통화정책 기조를 파악할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진다.
"미 경제 일부 고통을 주더라도
물가안정이 최우선"
파월 의장은 중앙은행이 낮고 안정적인 물가를 유지하는 것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가진다면서 경제의 근간인 물가 안정화에 타협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중앙은행은 물가 상승률을 낮고 안정적으로 유지할 책임을 가지고 있고, 또 가져야만 한다. 물가 안정 실현이라는 중앙은행의 책무는 무조건적(unconditional)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수요와 공급의 균현을 더욱 잘 잡을 수 있도록 연준이 가진 강력한 도구를 사용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월의장의 이날 발언은 중립금리 이상의 고금리를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파월 의장은 “(중립금리 수준까지 인상했음에도) 멈출 지점이 아니다”라고 했다. 현재 연준 기준금리는 2.25~2.50%다. 파월 의장의 언급은 인플레이션 혹은 디플레이션 압력 없이 잠재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중립금리 수준에 도달했지만, 공격적인 추가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침체를 각오한 물가 안정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경제지표 개선 된 거 아니었어?"
아랑곳 않는 연준
지난 7월 FOMC에서의 금리인상(6월에 이어 두 달 연속 0.75%p ↑) 결정 이후 7월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전월보다 둔화했다는 발표가 잇따랐지만, 9월에도 여전히 비슷한 수준의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6월 9.1%에서 7월 8.5%로, 7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6월 6.8%에서 7월 6.3%로 각각 둔화했다.
파월 의장은 "단 한 번의 월간 (물가지표) 개선만으로는 물가상승률이 내려갔다고 확신하기에는 한참 모자라다"며 시장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는 이어 “연준의 초점은 한두달치 데이터보다 더 광범위하다”며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에 근접할 때까지 (긴축 정책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또 “우리는 의도적으로 물가는 2%로 되돌릴 수 있을 만큼 제약적인 정책 기조로 옮기고 있다”라고 했다.
어설픈 통화정책은
시장의 내성만 기를 뿐,
"이번엔 다르다!'
파월 의장은 연설에서 1970~80년대 초인플레이션 사례를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40년 전 인플레이션은 연준에게 세 가지 교훈을 준다”면서 “중앙은행은 물가를 관리할 책임이 있고, 기대인플레이션은 매우 중요하며, 연준은 그 일이 끝날 때까지(물가를 잡을 때까지) 계속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970년대 연준이 강력하게 행동하는데 실패한 게 높은 기대인플레이션의 고착화를 야기했다”며 “이로 인해 1980년대 초 가혹한 금리 인상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의 목표는 지금 단호하게 움직이면서 그런 결과를 피하는 것”이라고 했다.
1970년대식 ‘스톱 앤드 고’(stop and go : 물가 폭등을 억제하고자 금리를 인상했다가 다시 성장세를 뒷받침하고자 긴축을 완화하는 정책)를 가장 경계하면서 ‘스톱 앤드 홀드’(stop and hold : 고물가를 잡고자 금리 올린 이후 당분간 이를 유지하는 정책)에 가깝게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우리가 몸이 아파 병원에 가게 된다면, 제일 먼저 어떤 생각이 들까? 아마 쉽게 나을 수 있는 가벼운 통증이기를 바라거나 아무 병도 아니기를 바랄 것이다. 하지만 그 통증이 어떤 병에 걸려서라는 것을 알게 됐을 때는 어떨까? 되도록 힘든 수술은 피하고 약으로 쉽게 나을 수 있기를 바랄 것이다.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이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은 마치 우리 몸에 생긴 통증과도 같다. 처음에는 일시적이고 금방 나을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이 통증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심지어 오랫동안 지속되며 큰 병으로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교롭게도 이 경제의 병은 코로나19라는 진짜 바이러스로부터 시작됐다)
금방 나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러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인플레이션이라는 병마와 아주 긴 싸움이 예상된다. 이제는 무엇보다 큰 수술만큼은 피하고 싶은 마음이며 주사를 맞더라도 가장 안 아픈 주사였으면 좋겠다.
파월 의장의 발언 또한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읽어야 할 것 같다. 이제 인플레이션은 결코 일시적인 통증이 아니라 엄연한 우리 경제의 병이다. 연고나 알약 하나로 나을 수 있는 가벼운 상처가 아니기 때문에 이 병의 치료에는 고통이 따를 것 같다.
다만, 우리 파월 '의사님'은 적기에 알맞은 처방만 내려진다면 가장 덜 고통스럽게 이 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가장 안 아프게 주사를 놔줄 테니 믿어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잭슨홀 미팅에서 우리는 파월의 '매파 본색'을 보았다고 말하고 있지만, 사실은 경제라는 환자를 어떻게든 덜 고통스럽게 치료해주려는 '닥터 파월'을 확인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는 9월 FOMC에서 향후 치료과정의 방향성과 강도는 어떻게 결정될지 주목해보자.
부디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이기를!
힘을 내요 ~ ♪
슈퍼 파월 ~ ♬
- 돌먼 dolem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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