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12월 2일 전 거래일보다 2200원(3.51%) 내린 6만 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6만 2000원대로 출발했으나 오후 들어 낙폭을 키우며 6만원대 겨우 턱걸이했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는 각각 1509억원, 1250억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2709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외국인과 기관이 던진 물량을 소화했다.
반도체 업종 불황에 대한 우려일까? 아니면 주식시장 전반에 만연해 있는 공포심리가 다시 한번 부각된 것일까? 삼성전자 주가는 6만전자를 벗어나 다시 한번 상승을 할 수 있을까? 삼성전자 주가의 향후 향방을 현재의 삼성전자를 통해 전망해본다.
삼성전자가 끌어내렸나?
코스피 전체가 울상이었던 하루
12월 2일(금), 코스피지수가 2% 가까이 밀려 2430선에서 장을 끝냈다. 전일 대비 45.51포인트(-1.84%) 하락했다. 하루 동안의 흐름을 봐도 전일 대비 8.34포인트(0.34%) 내린 2471.5에 출발한 뒤 계속해서 낙폭을 키우며 장이 마감했다. 매매동향을 보면 개인 홀로 9080억원어치 순매수했고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033억원, 5079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코스닥지수는 전일 대비 7.65포인트(1.03%) 하락한 732.95에 장을 끝냈다. 개인 홀로 2740억원어치 사들였고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128억원, 1546억원어치 팔아치웠다.
특히, 코스피는 전체 하락분(-1.84%) 중 시총 1~5위 종목의 하락률이 약 1%가량을 차지했다. 3% 넘게 떨어진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를 필두로 상위 대형주들이 줄줄이 약세를 보였다.
일희일비 중인 주식시장
'안도'와 '공포'가 동시에 작용중
지금의 시장은 그야말로 '혼돈' 그 자체다. 전날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속도 조절 가능성에 반색한 것도 잠시, 경기 악화 우려가 투자 심리를 재차 냉각시켰다.
시장은 경기가 크게 꺾일지 모른다는 투자자들의 우려가 본격화하면서 위험 심리가 다시 커졌다. 미국 경제의 선행 지표 역할을 하는 공급관리협회(ISM) 11월 제조업 지수가 '49'를 기록하며, 2020년 5월 이후 처음으로 50을 밑돌았다. 경기 위축에 대한 불안을 키웠다는 것이다.
연준의 '비둘기적' 발언과 중국의 '제로 코로나' 완화 기대감 등 주가 반등을 이어갈 재료가 사라진 상황에서, 올해 내내 증시를 압박하고 있는 경기침체란 악재가 재차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평가다.
다시금 부각된 '반도체 불황'
삼성전자만 놓고 봤을 때,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꺾인 건 반도체 업황 부진 우려가 지속된 탓이라고 볼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11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반도체는 D램·낸드플래시 등의 제품 가격 하락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출이 줄어들면서 11월 수출은 지난달(-17.4%)에 이어 감소(-29.8%) 폭이 확대됐다.
* 시스템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증가한 40억 달러 수준을 유지했다.
전체 수출은 11월 519억 14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4% 감소해 두 달 연속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했다. 수입은 2.7% 증가한 589억 2500만 달러, 무역수지는 70억 11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연간 무역수지 적자는 426억 달러로 통계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도 내년 전 세계 반도체 매출이 3.6%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 봤다. 내년 세계 반도체 매출이 5960억 달러(약 785조원)로 올해 6180억 달러보다 3.6%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 7월 제시한 내년 반도체 매출 전망치 6231억 달러 대비 4.4% 하향 조정한 수치다.
특히 메모리 업황 부진 심화로 내년에 메모리 시장 매출이 올해보다 16.2% 줄어들 것으로 가트너는 관측했다. 구체적으로 D램 매출은 742억 달러로 올해보다 18% 줄고, 낸드 매출은 594억 달러로 13.7%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트너는 D램 매출이 내년 1~3분기 동안 공급 과잉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내년 D램 매출은 18% 더 감소해 총 742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분기 낸드 플래시는 메모리 팹 가동 중단으로 가격이 상승하고 수요 환경이 개선되면서 3분기에는 초과 재고가 발생했다.
가트너 : 미국의 시장조사 및 컨설팅 회사로, IT 분야의 연구 및 자문을 담당한다. 1979년 기디언 가트너(Gideon Gartener)에 의해 미국 코네티컷주 스탬퍼드에 가트너 그룹으로 시작되었으며, 2001년 이후 가트너라고 불리고 있다. 다국적 IT기업 및 각국의 정부기관 등을 주 고객으로 두고 있으며 설문 조사 부분의 높은 신뢰도로 공신력이 크다.
우울한 전망에도 슬금슬금 돌아온 '외국인'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0월부터 11월까지 두 달간 외국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7조 3939억원을 순매수했다. 그리고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종목은 대장주인 삼성전자였다.
외국인 투자자는 올해 9월까지 월별 기준 1·7·8월을 제외하고 내내 삼성전자를 순매도했었고 그 규모는 자그마치 10조 2111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10월과 11월 동안 '외국인'이 돌아왔고 무려 2조 2451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실적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8조 3511억원으로 1년 전보다 39.78% 줄어들 전망이다. 2023년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7조 1142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49.62%, 2023년 2분기 전망치(6조 8023억원)로 1년 전보다 51.75%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중국의 코로나 19 봉쇄 항의 시위 확산도 삼성전자에 부정적 요인이다. 블룸버그는 28일(현지시간) “애플의 제조 중심지인 정저우 공장의 혼란으로 인해 올해 아이폰 프로의 생산량 감소가 600만 대에 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대만업체 폭스콘이 운영하는 정저우 공장은 아이폰의 최대 생산기지로 아이폰 14 프로와 아이폰14 프로 맥스 대부분을 생산한다. 아이폰의 생산량이 줄면 아이폰에 메모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는 삼성전자 매출도 타격을 입는다. 삼성전자 전체 매출에서 애플의 비중은 상위 5위 안에 들기 때문이다.
애플뿐 아니라 중국의 봉쇄와 시위 확산으로 전반적인 IT기기 수요가 줄어드는 것도 삼성전자에는 악재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한국 반도체 수출의 40%(홍콩 포함 시 60%)가 중국 수출물량이다.
'외국인'은 도대체 왜 샀나?
암울한 실적 전망과 반도체 업황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줍줍’하는 이유는 '그럼에도 오늘의 삼성 주가가 싸다'라고 봤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최고점(9만 1000원)과 비교하면 약 30% 이상 하락한 가격대에 머물러 있고. 이 기간 원화가치가 달러당 1097.3원에서 1318.8원으로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달러로 따진 삼성전자 주가는 40% 이상 하락한 셈이다.
경기 상황을 앞서 반영하는 반도체 주식의 특성상 내년 하반기부터 D램 가격이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외국인 투자자가 삼성전자를 사들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D램 업황이 올해와 내년의 공급 제한 효과가 2024년부터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으며 내년 하반기 반등해 2024년 이후 호황을 누릴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게다가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 경쟁사와 달리 삼성전자만 감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2~3년 뒤 삼성전자의 메모리 점유율 확대가 기대되는 것도 사실이다. 감산하지 않으면 가격 하락 폭이 커져 단기적으로는 실적에 악영향일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점유율이 높아지는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위기에 더욱 강해지는 삼성전자
반도체 위기마다 감산 대신 버티기로 승부해온 삼성전자는 이번에도 역시 정공법이다.
삼성전자의 체급과 체력은 여타 기업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다른 기업들이 꺾인 업황에 몸을 웅크리는 동안 삼성전자는 120조원이 넘는 현금 실탄을 바탕으로 올해 54조원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시설투자를 단행했다. 업황이 다시 회복하기 시작하는 시점에 그 누구보다 빠르게 시장을 장악해 나가겠다는 심산이다.
올해 3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보유액은 약 129조원이다. 반도체 2위인 SK하이닉스의 현금성 자산이 약 7조원인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삼성전자의 설비투자는 고금리·고환율 여파로 인한 영향을 감안했을 때 그 규모 자체도 어마어마하지만 경쟁사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두드러진다. 1996년 이후 한결같이 유지하고 있는 이 전략이 또다시 삼성을 살리는 묘수가 될지 관심이다.
대만 TSMC는 연말까지 설비투자액을 360억 달러(51조4000억원)만 집행하겠다고 했다. 당초 목표치 400억 달러에서 10%를 하향 조정한 것이다.
미국 인텔 역시 올해에만 판매·운용비용에서 30억 달러(4조3000억원)을 절감하는 등 2025년까지 최대 100억 달러(14조2000억원)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낸드플래시 부문에서 2위를 달리는 일본 키옥시아도 지난달부터 생산량을 30% 줄였다.
SK하이닉스는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진단, 10조원대 후반으로 예상되는 올해 투자 규모를 내년에는 절반 이상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수익성이 낮은 제품은 감산한다.
기업들이 투자 축소와 감산을 발표하고 실제 반도체 공급이 감소하기까지는 6개월가량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그래서 내년 2분기부터 수급이 개선되기 시작해 3분기부터 메모리 업황이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게다가 반도체 주가가 업황을 6개월가량 선행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로 내년 초부터 주가가 더욱 상승세를 보일 수 있을 것 같다.
'파운드리' 첨단 공정에서
10만전자 초석을 다진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대만 TSMC와 경쟁 중인 4㎚(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을 비롯해 전반적인 칩 검증 프로세스의 신뢰성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의 반도체 설계·검증 솔루션 기업인 ‘실리콘프론트라인’과 협력한다.
삼성 파운드리는 올해 본격적으로 도입한 4나노 공정에서 수율(양품 비율)과 성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최대 고객사인 퀄컴을 TSMC에 넘겨주기도 했다. 이를 극복하고 파운드리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하여 삼성전자는 지속적으로 협력사 생태계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올해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4나노 라인 공정을 적용한 삼성 시스템LSI 사업부의 ‘엑시노스 2200′와 ‘스냅드래곤8 1세대’ 제품을 주력으로 삼았지만, 초기부터 두 제품 간 성능 격차와 최적화 등의 문제로 홍역을 앓았다.
이어 퀄컴이 지난 5월 업그레이드 버전인 ‘스냅드래곤8+ 1세대’ 생산을 TSMC에 몰아주기로 결정하면서 사실상 삼성 파운드리는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선단 공정을 비롯해 파운드리 생산의 전반적인 수율 이슈 점검, 칩 성능 개선을 위해 미국 실리콘프론트라인와 협업하기로 했다.
나노공정 : 반도체의 회로 폭을 100nm 이하로 생산하는 반도체 공정을 말한다. 예를 들어 30나노공정이라 하면, 반도체 소자에 들어가는 회로의 선폭이 사람의 머리카락 굵기의 4000분의 1 수준인 30nm 급임을 의미한다. 나노공정이 미세해질수록 칩의 크기를 줄일 수 있어 원가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장점이 있다.
▶ 7나노 이하(7나노, 5나노, 3나노)의 반도체 공정을 선단(첨단) 공정이라 한다.
이번에 삼성이 손을 내민 실리콘프론트라인은 칩의 솔루션 적격성 평가를 비롯해 정전기(ESD) 방지 기술 등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반도체 생산공정 전반에 대한 오류를 분석해 이에 적합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특화된 기업이다.
ESD는 반도체 제품의 중요한 불량 원인이다. 제조 공정 중 장비, 금속 등이 마찰하며 생기게 되는 ESD를 막는 방지 기술은 수율 확보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친다.
삼성전자는 실리콘프론트라인의 기술을 오랫동안 평가해왔고 칩 설계와 생산 과정에서 도입해보면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미세공정이 고도화할수록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는 고난도의 칩 생산에 앞서 검증을 더 강화하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성공경험과 승자 DNA을 바탕으로 삼성전자는 반도체 한파에도 감산은 커녕 오히려 투자를 늘리며 시장 장악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공급을 줄이지 않기 때문에 단기적인 타격은 불가피하겠지만, 내년부터 안정을 되찾을 반도체 시장을 대비한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전략일 수 있다.
감산하지 않겠다고 한
삼성전자의 결정은
어쩌면 다시 찾아올 반도체 업사이클에서
신의 한 수가 될지 모르겠다
삼성전자 주가가
여전히 싸게 느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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