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알아두면 쓸모 있는 이 세상 모든 경제 이야기

쿠팡 vs 네이버, "경쟁에 불이 붙다! Great War is Coming!"

by 돌먼 2022. 8. 21.

                     

쿠팡 vs 네이버, 네이버 vs 쿠팡

"진정한 1등을 가리자"

 

 

 

      

오늘날 쿠팡과 네이버는 숙명의 라이벌이 됐다. 누가 상상이라도 했을까? 분명 접점이라고는 없을 것 같은 두 기업이 결국엔 마주 보는 열차처럼 e-커머스의 패권을 두고 결전을 예고하고 있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는 뉴스 포털로 사업을 시작했고, 김범석 쿠팡 창업자는 일종의 공동구매 쇼핑몰에서 기회를 찾았다. 한 세대의 격차에도 불구하고, 국내 e커머스의 양대 산맥으로 자리 잡은 양사의 지향점은 ‘플랫폼의 제왕’이다.

 

         

                           


 

네이버는 우리나라 플랫폼의

단군 할아버지

           

   

         

 

네이버는 정보(뉴스, 가격 비교, 우리동네 등)와 재미(웹툰, 뿜 등)를 매개로 사용자와 가입자를 최대로 늘리는 데 엄청난 공을 들였다. 이렇게 판을 벌여 놓으니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은 알아서 물건을 팔러 네이버로 몰려들었다. ‘사람이 모이면 돈은 언제든 벌 수 있다’는 원리를 국내에서 최초로 시현한 건 네이버다.

 

엄밀히 말해 쿠팡도, 심지어 카카오도 이런 관점에서 보면 네이버의 자손 격이다. 쿠팡은 고객을 잡아 둘 핵심 무기로 쇼핑을 택했다. 세상의 모든 물건을 가장 싸고 빠르게 배송해준다는 아마존식 발상이었는데 2015년에 김범석 창업자가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를 발표했을 때 거의 99%는 “곧 망할 기업”이라고 폄훼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다. 쿠팡은 네이버를 충분히 위협하고도 남는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다.

 

올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쿠팡은 1분기 매출의 96.5%를 차지하는 프로덕트 커머스 부문에서 처음으로 835억원(6617만달러) 규모의 조정 EBITDA 흑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상장 후 매 분기 2500억~6000억원의 손실을 낸 쿠팡의 적자 규모가 처음으로 1000억원 밑으로 떨어진 것이다.

 

EBITDA : 이자·법인세·감가상각비를 차감하기 전 이익(Earnings Before Interest, Tax, Depreciation and Amortization)의 약자. 기업이 영업 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 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

 

김범석 쿠팡 창업자의 대학 전공은 미디어였다. 배운 바대로라면 네이버처럼 뉴스 포털로 시작하는 게 맞을 법했다. 당시 그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짐작건대 구글식의 포털이 한국 시장엔 이미 포화 상태인 만큼 아마존의 방식을 모방하는 것이 훨씬 생존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을 것 같다.

          

     

             


 

"드루와 전략의 쿠팡"

 

 

쿠팡은 언젠가 네이버와 직접 승부를 펼칠 날이 올 것임을 분명히 예감하고 있었다. 전략은 두 가지! 로켓배송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로 네이버 쇼핑과의 차별화를 꾀하는 것에 주력했다. 물류로 판을 바꾸자 한 것이다. 한마디로 전면 공격이라 할 수 있다.

 

또 다른 전략은 경쟁사들이 쿠팡을 따라 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쿠팡이 물류 시설과 인력 등 인프라에 수조 원의 돈을 쏟아부었듯이 너희들도 한번 해봐라’는 셈법이었다. 이른바 ‘드루와 전략’이다.

 

실제 꽤 많은 이들이 쿠팡 모델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새벽배송이란 걸출한 아이디어 하나를 보태긴 했지만, 마켓컬리도 ‘쿠팡의 맛있고 세련된 버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신세계그룹의 SSG닷컴, 롯데쇼핑의 롯데온을 비롯해 GS리테일은 요기요와 연합전선을 구축해 빠른 배송에 사활을 걸고 있다.

 

쿠팡의 전략은 상당히 효과를 발휘했다. 오프라인 중심의 조직이던 기존 유통 대기업들은 벼랑 끝에 몰린 채 디지털 전환(DX)을 진행 중이다. 쿠팡, 네이버처럼 아예 온라인과 IT 기반 위에서 출발한 기업들과 달리 전통의 커머스 대기업들은 막대한 희생을 감수해야 했다. 

 

신세계그룹의 핵심인 이마트는 G마켓글로벌을 인수하느라 올 2분기에 적자를 냈고, 롯데쇼핑은 수천억 원을 쏟아부은 롯데온이 지금까지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경쟁사들은 속속 새벽배송 시장에서 기권의 수건을 던지고 있다.

           

 

          

          


 

"My Own Way 네이버"

         

 

네이버 입장에서는 쿠팡이 예상밖의 속도로 치고 올라왔고, 생각처럼 망하지도 않았다는 사실이 위협이 됐다. 처음엔 돈이 많이 드는 물류에 별 관심이 없었던 네이버도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찾아왔다. 쇼핑 경쟁력을 잠식당했다간 자칫 포털로서의 위력을 잃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쿠팡에 대응하려면 물류와 관련한 공백을 어떻게든 채워야 했다.

 

하지만 네이버가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았다. 독과점 문제로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감시 대상이었던 데다 혁신의 상징이던 카카오마저 문어발식 확장으로 뭇매를 맞고 있었기 때문이다. 네이버가 물류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는 얘기가 나오는 순간, 사방에서 공격이 시작될 것임은 명약관화했다.

 

결국, 네이버는 비즈니스 협력 방식의 "네이버 물류 동맹(Naver Fulfillment Alliance)"을 구축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관리자 페이지에서 선택 가능한 물류 서비스. 모두 네이버와 돈이 섞인 기업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다. ⓒ커넥터스

 

          

속도전의 파트너로는 CJ대한통운이 섰다. CJ대한통운은 2020년 네이버 브랜드스토어 입점사 LG생활건강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네이버의 빠른 물류를 수행하기 시작했다. 택배 허브터미널에 상품 보관 공간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쿠팡의 로켓배송과 동일한 ‘자정까지 주문하면 내일 배송’이라는 타임라인을 만들었다. 2021년부터는 ‘스마트스토어’ 판매자까지 빠른 물류 서비스 제공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새벽배송’이라고 네이버가 못할 것은 없었다. 여기선 CJ대한통운에 이어 네이버와 지분교환을 한 파트너 업체 ‘신세계 그룹’의 물류 인프라가 활용됐다. 비교적 최근인 지난 3월 SSG닷컴은 ‘네이버 장보기’ 서비스에 입점하여 그들이 취급하는 2만여개 먹거리 상품에 대한 새벽배송 서비스를 네이버 안에서 제공하기 시작했다. SSG닷컴의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NE.O)’를 활용하여 오늘 자정까지 들어온 고객 주문을 다음날 오전 6시까지 배송하는 방식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기존 7개 파트너 물류업체(위킵, 아워박스, 두손컴퍼니(품고), 파스토, 딜리셔스(딜리버드), 아비드이앤에프(셀피), CJ대한통운)에 더해 물류기업 ‘테크타카(아르고)’와 ‘메쉬코리아(부릉)’과의 파트너쉽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를 대상으로도 쿠팡에 준하는 빠른 배송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네이버는 네이버 중심의 물류 동맹을 만들어 냄으로써 사업 추진의 위험은 줄이고 성공 가능성은 높이는 그들만의 사업전략을 펼치고 있다. 다만,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여러 물류업체가 제공하는 각각의 물류 서비스를 마치 네이버가 제공하는 것처럼 ‘끊김 없이’ 연결해야 하는 숙제는 앞으로 해결해가야 할 문제다.

 

쿠팡과 네이버 두 경쟁사가 확연히 대조되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떤 방식의 전략이 결국 승리를 가져다 줄까?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앞서 나가는 쪽은 어디가 될까? 

             

 

                         


 

 

e커머스 생태계 구축 나선 쿠팡

"쿠팡의 브레이크는 고장났다"

 

 

     

    

네이버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쿠팡과의 정면충돌을 피했다. 대신 네이버는 해외로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IT업계에선 네이버의 핵심 엔지니어들이 해외로 대거 이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 쇼핑을 총괄했던 한성숙 전 대표만 해도 유럽사업개발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네이버가 쿠팡과의 정면충돌을 피하기는 했지만, 본격적인 경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쿠팡이 네이버의 전매특허 중 하나인 롱테일의 법칙을 구현하려 하고 있어서다. 쿠팡은 물류를 기반으로 소상공인, 중소기업과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e커머스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네이버 롱테일 법칙 :  네이버는 ‘20%의 머리가 아닌 80%의 꼬리에 기반해 돈을 번다’는 인터넷 비즈니스의 원리를 활용해 국내 정보 및 뉴스 플랫폼 시장을 장악했었다. 수많은 소상공인이 네이버로 몰려들었고, 이들로부터 받은 광고 수익이 오늘날 네이버 왕국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쿠팡의 소상공인 유치엔 가속도가 붙고 있다. 쿠팡이 최근 발간한 ‘2022년 임팩트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의 소상공인 수는 15만7000명. 쿠팡의 매출은 2019년 말 7조1530억원에서 지난해 22조2257억원으로 상승했는데, 같은 기간 소상공인들의 거래금액과 매출도 2배 이상 늘어났다. 쿠팡은 지난해만 지역 소상공인들에게 5800억원을 투자해 판로 확대를 지원했다.

 

쿠팡플레이라는 OTT를 통해 네이버의 웹툰에 대항할 만한 무기까지 장착한 쿠팡은 막강한 사용자 락인(Lock-In)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올 2분기 말 기준으로 쿠팡에서 한 번이라도 제품을 산 고객은 1788만명, 유료 와우 멤버십 회원은 900만명이 넘는다. 넷플릭스(500만명), 멜론(500만명) 등 다른 구독 서비스의 2배 이상 수치다. 올 2분기에도 쿠팡은 유료 멤버십 회원의 무료배송과 무료 비디오 시청(쿠팡플레이), 특별 할인 등에 6500억원을 투자했다.

 

              

              


 

온라인 광고 시장까지 넘보는 쿠팡,

네이버와 충돌 불가피

        

  

 

쿠팡이 e커머스 생태계 구축에 주력하는 이유는 아마존의 행보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아마존은 올 초 처음으로 광고 사업 부문의 매출액을 공개한 바 있다. 지난해 4분기 97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2%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 아마존 전체 매출액에서 광고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7%였다. 올해도 아마존의 광고 수익은 시장의 예상치를 웃돌았다. 광고로 돈을 버는 업체 중 아마존은 구글, 페이스북에 이어 3위에 올랐다.

 

광고야말로 큰 비용 투자 없이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이미 쿠팡은 기업 광고 시장뿐만 아니라 ‘데이터 비즈니스’로도 꽤 쏠쏠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쿠팡이란 거대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이 어떻게 판매되는지에 관한 데이터를 유료로 판매 중이다.

           

일각에선 쇼핑 정보에 관한 한 독보적인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인 닐슨을 위협할 정도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광고, 데이터 비즈니스는 정확히 네이버의 영역과 겹친다. 플랫폼의 제왕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쿠팡과 네이버의 혈전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쿠팡 유니버스 마지막 퍼즐

"금융업 진출"

                        

 

 

쿠팡 유니버스의 '마지막 퍼즐' 맞추기가 시작됐다. 바로 금융업 진출이다. 쿠팡은 최근 '쿠팡 파이낸셜'을 출범하고, 지난 8월 5일 여신전문금융업법상 할부금융업에 등록했다. 쉽게 말해 입점 판매자(셀러)들에게 대출 등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커머스 업체가 금융업에 직접 진출하는 것은 쿠팡이 처음이다. 그동안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위한 대출은 시중은행, 저축은행, 캐피탈 등 전통 금융회사의 영역으로만 여겨져 왔다.

 

쿠팡이 노리는 점은 명확하다. 오픈마켓에서의 영향력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입점 셀러에게 대출 등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셀러들의 성장을 지원하고 자금 유입을 원활하게 해 줌으로써 셀러들의 충성도를 확보하겠다는 심산이다. 한마디로 '돈을 싸게 빌려줄 테니 우리 플랫폼에서 상품을 계속 팔아라'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아울러 쿠팡은 이를 통한 추가 수익원도 마련할 수 있다. 쿠팡의 롤모델인 아마존과 유사한 행보다. 쿠팡은 이미 2019년 특허청에 '쿠팡 파이낸셜' 상표 등록을 출원했다는 점에서 약 3년 동안 이날을 준비해왔다고 볼 수 있겠다.

 

쿠팡의 플랫폼 파워를 그대로 '활용' 가능하기에 전망 또한 밝다. 이미 확보하고 있는 셀러들을 고객으로 유치하면 높은 성장을 기대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세스는 쿠팡에서 물건을 사고 '후불 결제'를 선택하면 당장 쿠팡 파이낸셜에서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사용자는 다음 달 물건값을 내면 된다. 일반 소비자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인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금융 진출의 성공사례는 경쟁사인 네이버에서 찾을 수 있다. 네이버는 쿠팡보다 앞서 네이버 파이낸셜을 출범시켰다. 포털 플랫폼의 힘을 십분 활용했던 것이다. '스마트스토어' 등 오픈마켓 셀러들에게 대출 상품을 간접 판매하고 있다.

 

네이버 파이낸셜이 지난해 말까지 스마트스토어 입점 업체들에 대출해 준 금액은 1200억원(누적 기준)에 이른다. 네이버는 소액 후불 결제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 쿠팡은 네이버 파이낸셜의 성공에서 충분히 가능성을 엿봤을 것이다.

 

물론 금융업 진출 방식에서도 양사의 전략은 상당히 대조적이다. 쿠팡이 경기장에서 직접 뛰는 플레이어라면 네이버는 중개인이다. 쿠팡 파이낸셜은 여신전문금융업을 등록해 직접 금융업에 뛰어들었다. 반면 네이버는 판매대리∙중개업 등록으로 은행의 대출 상품을 중개하는 간접 방식이다.

 

물론 각각 장단점이 있다. 쿠팡은 업체 특성에 맞게 다양한 대출상품을 출시할 수 있다. 대출 한도와 이자도 스스로 정할 수 있다. 반면 연체자 증가, 정부의 정책 변화에 따른 리스크도 직접 떠안아야 한다.

 

 


 

이제 네이버 vs 쿠팡, 쿠팡 vs 네이버의 전면전을 위한 모든 준비가 끝난 것 같다. 누가 우위를 점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분명한 점은 쿠팡과 네이버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앞으로 셀러 유치 경쟁에 더욱 불이 붙을 것이다. 셀러 입장에서는 양사가 내놓는 당근을 따져 주력 채널을 정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는 오픈마켓 시장의 전체 파이를 키우는 '선순환'이 될 수도 있다.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두 기업이 앞으로도 단순 출혈경쟁이 아닌 우리 경제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그런 경쟁을 펼쳤으면 좋겠다. 그래서 모두가 꿈꿔왔던 "한국의 아마존"으로 두 기업이 성장 하기를 기대하겠다. 말 그대로 "위대한 전쟁"을 펼치길!

 

 

Great War is Coming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