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대어 쏘카"의 흥행 실패
국내 차량 공유 업체 쏘카의 일반 청약 최종 경쟁률이 14대 1 수준에 그쳤다. 코스피 상장을 위해 공모가를 대폭 낮췄지만 흥행에 실패했다.
상장 주관사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11일 오후 4시 기준 쏘카의 일반 청약 경쟁률은 14.40대 1로 집계됐다. 증권사별 경쟁률은 ① 삼성증권 17.63대 1, ② 유안타증권 17.55대 1, ③ 미래에셋증권 12.98대 1 이며, 청약건수 및 청약주식수는 ① 미래에셋증권 2만3946건, 821만380주, ② 삼성증권 2만8030건, 473만2690주, ③ 유안타증권 1150건, 12만9680주이다.
증권사별 증거금은 미래에셋증권 1149억 원, 삼성증권 663억 원, 유안타증권이 22억 원 등으로, 도합 1834억원 수준이다.
기업 가치 고평가 논란에 시중 금리 상승에 따른 성장주 기피, 대기업의 잇따른 상장 철회 등이 한꺼번에 맞물리면서 쏘카 청약에 관심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쏘카는 지난 4~5일 기관 수요예측에서 경쟁률 56대 1로 부진한 흥행을 기록했다. 특히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의 75%가 공모가 하단 미만의 가격을 써내 당초 희망공모가 밴드(범위) 하단보다 아래인 2만8000원으로 공모가를 결정했다.
우리사주 청약률도 저조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톤의 그림자"
쏘카의 우리사주 청약률이 39%로 저조한 것도 일반 청약에 투자가들의 참여가 부진했던 이유로 꼽힌다. 쏘카는 전체 공모주의 20%인 72만 8000주를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했다. 그러나 이 중 61%인 약 44만주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이는 전량 기관에 배정될 예정이다.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톤 등이 ‘트라우마’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톤의 우리사주 보호예수가 해제되면서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아 큰 손실을 보게 됐다.
카카오뱅크의 현재 주가는 3만2000원대로 공모가 3만9000원을 18%가량 하회하고 있다. 게임업체 크래프톤은 공모가가 무려 49만8000원에 달했지만 현재 주가는 26만2000원 수준으로 47.4%나 급락했다. 공모가의 반토막 수준밖에 안되는 것이다.
우리사주의 보호예수 기간은 1년인데, 국내 증시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공모가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을지 직원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우리사주 청약이 부진했던 것으로 보인다.
IPO 흥행 참패의 원인
"고평가 논란"
앞서 쏘카는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기업 규모나 실적에 비해 과도한 가치 산정이 이뤄졌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당초 쏘카가 제시한 기업가치는 2조3557억원이다. 우버, 그랩 등 10개 글로벌 기업을 비교기업으로 선정하고 평균 밸류에이션(EV/Sales 7.7배)을 적용했다. 여기에 31.1~48.0%의 할인율을 적용한 희망 공모가액 밴드는 3만4000~4만5000원, 밴드 상단 기준 쏘카의 예상 시가총액은 1조5944억원에 달했다.
쏘카가 국내 렌터카 업체는 비교기업에 포함시키지 않은 반면 아직 시작하지 않은 배달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을 비교그룹에 선정하면서 기업가치를 부풀렸다는 평가다. 이번 수요예측 결과는 고평가 및 렌터카 업체와 다르지 않다는 논란 잠식에는 실패했기 때문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공유경제의 민낯,
"자동차에 대한 소유욕을 얕보지 말 것"
위와 같은 결과론적 분석도 좋지만 보다 당초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던 근본적 이유는 비즈니스 모델에 한계가 드러난 것은 아닐까?
'19년 5월로 돌아가 보자. 때는 공유차 분야 세계적인 기업인 우버(Uber)의 IPO가 있었던 시기다. 당시에 월스트리트 저널은 우버를 두고 다음과 같은 기사를 냈다.
이제 사람들은 더 이상 승용차를 소유하지 않는다. 짧은 거리는 전기 자전거나 스쿠터로 이동하고, 먼 거리는 승차 공유 서비스를 이용한다. 음식을 사 들고 오는 일은 사라지고, 남이 배달해 주는 음식을 편히 받아먹는 시대가 온다. 차고는 텅 비고, 주차장은 파헤쳐져 푸른 잔디 깔린 공원으로 탈바꿈한다. 그리고 마침내 로봇의 시대가 온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사람들을 도로 위로 (그리고 하늘 위로) 실어 나르고, 드론이 택배 업무를 맡는다. 고속도로 위로 로봇 트럭들이 오간다. 우버가 이 모든 변화의 중심에 선다.
우버가 약속했던 미래상을 실감 나게 묘사하는 것으로 기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 뒤로 김새는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문제는 우버가 돈을 한 푼이라도 벌 수 있느냐다. (But Can It Make a Profit?)
우버, 리프트, 카카오모빌리티, 쏘카 등 이른바 '공유경제'를 실현하고자 하는 기업들은 하나같이 '자동차 무소유' 시대가 올 거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우버의 IPO 이후 3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정말 '공유경제', '자동차 무소유'의 시대를 살고 있는가?
미안하지만 '공유 서비스로 차를 사지 않는 시대가 온다'는 말은 어쩌면 상상 속에서만 가능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특정 모델과 색상을 갖고 싶어 안달하고 어렵게 산 차를 애지중지 모셔놓으며, 귀퉁이의 작은 흠집에도 밤잠을 설친다.
자동차는 이동 수단이기도 하지만 또 하나의 공간(空間)으로서 큰 의미를 가진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교수는 사람은 공간을 확보하게 되면 성(城)을 쌓는다고 설명한다. 일단 자동차라는 공간을 지배하게 되면 외형적으로 더욱 힘을 과시하게 위해 다시 대형 고급차를 소유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심리학의 원리>에서 사람은 자신이 소유한 모든 것을 통해 ‘내가 이런 사람이야’라는 메시지를 드러내려는 욕망이 있다고 말한다. 결국 소유한 물건 자체가 곧 자아를 표현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현대차그룹이
우버·그랩 등 공유차와 손잡는 이유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최근 우버, 그랩 등 공유차 업체들과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물론 향후 전기차·자율주행시대를 대비해 공유차 업계 내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함도 있겠지만, 그보다 핵심은 공유차 이용객들을 대상으로 현대·기아차에 대한 소유욕을 자극함으로써 미래 구매자들로 만들기 위한 전략적 제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실제로 공유차는 시승차 개념으로 현대차 입장에서 마케팅 의미가 크다. 일반 영업점보다 시승을 하기 쉽고, 더 오래 탈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사고 싶었던 차를 공유차를 통해 미리 체험하는 사례가 늘었다.
이에 따라 최근 자동차 업계는 신차가 나오면 렌트카나 공유차에 우선순위를 둔다. 새로 나온 전기차의 경우 렌트카나 공유차 업계에 일정 물량이 먼저 배정돼 체험 마케팅의 일환으로 활용된다.
현대는 전기차 주행거리에 대한 불안감을 없애고 관리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시범 프로그램을 우버와 우선 운영하며 연내 전기차 배터리 서비스 사업과 서비스형 자동차, 전기차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선보일 계획이다.
기아는 니로EV 등 전기차 특별 구매 혜택을 우버 드라이버에게 제공해 차량 비중을 높일 계획이다. 기아는 유럽 약 20개국의 우버 드라이버를 대상으로 전기차를 공급하며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쏘카의 핵심역량은 무엇인가?
쏘카는 카셰어링뿐만 아니라 차량 관제 시스템, 자율 주행차 개발 등 모빌리티와 관련한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운영하는 차량 대수는 약 1만8000대다. 차량은 카셰어링 서비스를 위해 필수적인 자산이다.
하지만 핵심 자산은 데이터에 있다. 쏘카는 차량 구매와 운영 등 사업 전반에 데이터를 활용한다. 매년 하반기 다음 해의 시장 상황과 수요 등을 데이터에 기반해 구매 차종, 구매 대수, 구매 및 배치 시기 등을 결정한다.
쏘카는 연간 수천 대의 신차를 구매하는 대형 구매자인 데다 연 단위의 구매 계획을 완성차 제조사에 미리 전달해 차량의 가격과 생산 일정 등을 회사에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을 진행한다.
또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해 데이터를 사용한다. 매출이 증가하려면 한정된 차량으로 최대한 많은 사람이 이용하게 만들어야 한다. 또한 충분한 수요를 확보할 수 있는 적정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
쏘카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으로 최적의 조건을 찾아낸다. 다이내믹 가격 모델을 통해 예약 시간, 장소, 실시간 수요에 따라 시간당 차량 이용 가격이 자동으로 바뀐다. 또 공헌 이익 기여가 높은 잠재 고객을 선별해 할인 쿠폰을 발행한다. 어떤 고객이 어디에서 어떤 차량을 언제 이용할지 예상해 타깃 마케팅함으로써 주차장에서 놀고 있는 차량이 일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런 활동은 수요의 탄력적 조정을 끌어낸다.
이 밖에 차량 배치와 주차장 확보에도 빅데이터를 사용한다. 전국 쏘카존의 수익성과 가동률을 반영해 적재적소에 차량을 배치하고 예약 슬롯을 재배치해 차량 가동률을 극대화한다. AI와 머신러닝은 보유한 차량의 유지 보수 비용과 보험료를 줄이는 데도 기여했다. 그 결과 쏘카는 2020년과 2021년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했다.
다른 분야로의 연계 및 확장성
"카쉐어링만으로는 한계"
쏘카는 카셰어링 시장이 형성되던 초기 단계부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의 카셰어링 서비스 중 브랜드 인지율 78.6%를 기록했다. 브랜드 인지도는 곧 플랫폼 이용자 수 증가로 이어진다. 플랫폼에 많은 이용자가 모여 있으면 다른 산업과 연계할 때도 이점으로 작용한다. 플랫폼 파워가 강하다면 이를 기반으로 완성차 제조사, 금융사 등의 다양한 전후방 업체와 제휴해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차별화할 수 있다.
쏘카는 지난해 구독 서비스인 ‘패스포트’를 출시하고 다양한 기업과 협업하고 있다. 통합 멤버십의 일종으로 연간 가입비 2만9900원을 내면 쏘카 대여 요금을 50% 할인해 주고 리디북스 이용권, 항공권 할인 등 제휴 회사를 이용할 때 혜택을 제공한다.
쏘카 패스포트는 출시 5개월 만에 가입자 수 10만 명을 확보했다. 회사 측은 구독 회원이 비구독 회원 대비 더 많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추세여서 향후 트래픽 유지와 수익원 확보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쏘카는 차량 공유 외에도 소프트웨어 사업에도 진출했다. 대표적인 것이 차량 관제 시스템(FMS)이다. 쏘카는 올 2월 현대글로비스와 공동 사업 개발 및 기술 협력을 추진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현대글로비스의 물류 트럭 관리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현대차그룹과 협업한 차량 관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도 상업화를 앞두고 있다. 쏘카의 FMS 중 관제 시스템 소프트웨어는 차량의 실시간 위치, 과거 동선 등을 추적할 수 있다. 또 가장 효율적인 차량 배치와 회수, 어뷰징 및 도난 여부 등을 사전에 파악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으며, 실시간 주유량, 엔진오일, 타이어 상태 등 상세한 차량 데이터를 모니터링해 각종 이슈에도 선제 대응할 수 있다.
쏘카의 목표 "모빌리티 슈퍼 앱"
하지만 문제는 "How to"
쏘카의 목표는 모빌리티 슈퍼 앱이다. 쏘카 앱 내에서 모든 이동 욕구를 충족시켜 줌으로써 무려 1000만명이 넘는 이용자들이 자연스레 쏘카 플랫폼에 머무는 락인(lock-in)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쏘카 관계자는 "이동뿐만 아니라 전후의 숙박, 항공권 예약 등 범위가 확대된다면 무한한 확장성이 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IPO의 흥행이 실패한 이유도 이 대목부터였을 것이라 추측된다. IPO를 앞둔 기업이라면 완벽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심지어 IPO 대박을 노리는 회사라면 단지 완성된 비즈니스 모델뿐만이 아니라 미래를 기대하게 만들 새로운 먹거리까지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쏘카는 훌륭한 사업모델을 구축하고 또 성공시켰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카쉐어링" 만으로는 곧 한계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쏘카 스스로도 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다른 분야로의 "확장 가능성"과 "모빌리티 슈퍼 앱"이라는 목표를 강조했던 것 같다.
하지만 필요한 것은 가능성 보다도 더욱 구체적인 로드맵이다. 단순히 렌터카 업체들과의 차별성을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그 어떤 투자자도 설득할 수 없다. 사람들은 과거와 경쟁하는 쏘카를 보고 싶은 것이 아니라 미래를 만들어가는 쏘카를 보고 싶기 때문이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성공 여부는 압도적인 트래픽의 양은 물론이거니와 플랫폼 내 축적되는 데이터를 얼마나 다양한 분야로 연계하여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
지금부터 쏘카의 기업가치는 "데이터를 어디서 또 어떻게 축적해갈 것인지"와 "어떤 분야로 활용할 것인지"에 따라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쏘카는 국내외 모빌리티 플랫폼 중
올해 연간 영업이익 흑자전환이
가시화된 유일한 기업입니다.
혁신을 거듭한다는 것이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지만
그럼에도 쏘카의
두 번째 혁신을
기대해보겠습니다.
- 돌먼 dolem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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