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오늘 얼마입니까?"
최근 들어서 안정되는가 싶던 환율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19일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5.3원 오른 1,326원에 출발, 장 초반 1,326.9원까지 오르며 연고점을 약 한 달 만에 경신했다. 종전의 장중 연고점은 지난달 15일 기록한 1,326.7원이다.
전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이 공개되며 통화 긴축에 대한 경계감이 다시금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간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다음 회의에서도 기준금리를 0.75%포인트(자이언트스텝) 올려야 한다고 발언한 점도 작용했다. 당초 시장의 컨센서스는 연준이 9월 FOMC에서 0.50%포인트(빅스텝)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미 긴축 가속화에 한미 금리 역전폭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등 원·달러 환율이 1400원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위기감도 번지고 있다.
지금의 강달러
과거와 비교하면 어느 정도일까?
원·달러 환율은 지난 6월 23일(1301.8원)으로 처음 1300원을 넘어선 후 두 달 간 1300원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역대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어선 건 1997~1998년 외환위기, 2001~2002년 닷컴버블 붕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세 차례에 불과하다. 환율만 놓고 본다면 우리 금융시장이 이미 경제위기 당시 수준에 들어 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말 1188.8원에서 전날 1320.7원으로 8개월 여 만에 11.09% 뛰었다. 강달러는 원화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원화 가치의 하락으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정부의 해석에는 온도차가 있다. 정부는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고 있으나 올해 중 통화 절상률이 -10.0%로 일본(-14.9%), 유럽(-10.6%) 등 다른 통화와 비교했을 때 나쁘지 않은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으며,
또 외환보유액은 7월 말 기준 4,386억달러로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20년 2월보다 294억달러 많고, 전년 말 대비 보유액 감소율도 5.4%로 주요국 대비 작다고 봤다. 올해 들어 은행 부문을 중심으로 단기외채가 증가했지만 국내 은행 외화유동성 상황을 고려할 때 외채 상환 능력은 충분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통화가치가 떨어지는 인플레이션 시기
"달러는 도대체 왜 오르나?"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글로벌 인플레이션 위기 속에 고강도의 긴축카드를 꺼내면서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인상하게 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은 미국 달러 보유 시 더 많은 이자를 보상해줄 것임을 의미한다. 달러 보유 시 더 많은 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는 달러에 대한 수요를 늘어나게 한다. 그리고 달러 수요의 급증은 달러 강세를 촉발한다.
다른 나라들의 경제 여건이 미국에 비해 취약한 탓에 투자자들이 미국 시장으로 쏠리는 것도 강달러 현상의 또 다른 배경으로 꼽힌다. 미국의 주식과 채권 시장에 외국 투자자들의 자금이 유입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일본은 기준금리 마이너스를 유지하고 있다. 전세계가 인플레이션으로 난리지만, 일본의 물가상승률은 여전히 낮고, 그래서 일본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 없이 돈을 계속 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금리를 빠르게 올리고 있는 것과는 반대 상황이다.
유럽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의 충격을 가장 가까이서 맞아 경기 침체 우려가 큰 데다가 코로나 이후 경제 상황도 좋지 못하다. 특히 금리를 함부로 올렸다가는 이탈리아처럼 빚이 많아 이자 부담이 커지는 나라들의 원성을 살 수도 있다. EU특성상 회원국들 이해 관계가 복잡한 것도 적극적인 통화정책에 제약이 되고 있다.
결국 큰 폭의 금리 인상은 일본도 안되고, 유럽도 안된다. 주요 통화 가운데 금리를 쭉쭉 올릴 수 있는 미국 달러만 '나홀로' 비싸지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强달러 상황에 中 경제 둔화까지
'우리경제 이중고' 직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도 강달러가 지속된다면 그 충격을 피하기 어렵다. 원화가치 하락은 수입 물가 상승을 부추겨 전체 물가 수준을 끌어올릴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통상 원/달러 환율 상승은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글로벌 수요의 핵심인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강했던 미국의 수요가 수그러들 수 있고, 또 이는 우리나라의 수출 경기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게다가 지금은 엎친데 덮친격으로 중국 경제가 급격히 위축되며 우리나라 경제 성장에 또 다른 빨간불이 켜졌다. 중국 경제성장률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소비지출이 시장 전망치(5%)의 절반에 불과한 2.7%에 그치며 올해 3분기 경제성장률 전망도 어두워졌기 때문이다.
중국의 성장률 저하는 우리나라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면 중국에 제품을 수출하는 우리나라 기업 실적 또한 악화될 수밖에 없다.
중국의 경기 위축과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5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무역수지는 올해 4월부터 4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2008년(6~9월)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강(强)달러 기조는 주식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환율 변동성이 높은 시기에는 외국인의 수급도 영향을 받고 이게 증시 방향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환율이 높으면 달러화를 바꿔 원화로 한국 주식을 살 때는 유리하다. 그러나 국내 주식을 팔고 달러화로 바꿀 때는 환차손이 발생한다.
원화를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손실이 나는 상황이기 때문에 원화로 매수하는 주식의 경우 일정수준 오른다고 하더라도 보유할 매력이 떨어지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자연스럽게 외국인들의 매도물량이 쏟아지는 상황이 되고 주가를 끌어내리게 된다.
실제로 환율이 1300원을 돌파한 초기에는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들의 투자금 유출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환율이 맨처음 1300원을 돌파했던 6월 23일부터 7월 13일까지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7378억원을 순매도하기도 했다.
환율의 이정표는 '9월 FOMC'로
관건은 앞으로 발표될 지표들이다. 현재 상황에서 시장 분위기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은 미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과 속도임이 분명하다.
파월 의장은 9월 금리 인상폭에 대한 가이던스를 제시하지 않은 채 "지금부터 그때까지 나오는 (경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한 만큼, 앞으로의 시장 향방은 향후 발표될 지표들 내용에 매우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다음 FOMC는 9월 20~21일로 약 6주간의 공백 기간이 있다. 이 사이에 미국 8월 CPI(9월 13일)가 발표된다. 미 고용보고서도 9월 2일(8월분)에 다시 한번 나온다.
8월 잭슨홀 미팅(25~27일)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 자리에서 파월 의장이 9월 FOMC와 향후 통화정책에 대한 단서를 남길지 주목된다.
원인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겠지만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고 있는 것은 다행이라 할 수 있다. 미시건 소비자 인플레이션 예상치(1년)는 6월 초를 정점으로 안정화되고 있으며,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하는 소비자 인플레이션 전망치(1년) 역시 7월을 정점으로 안정되고 있다.
미국 채권시장이 반영하고 있는 기대인플레이션(2년)은 이미 3월 중순에 정점을 지나 6월 이후에는 3% 초반 수준까지 하락한 상황이다. 유가, 곡물, 산업금속 등 각종 상품 가격의 하락세를 감안하면 기대 인플레이션의 정점은 통과한 것으로 봐도 무리는 아니다.
실제로 8월 CPI(물가지표, 9월 발표)에서도 7월 CPI에 이어 또 한번 물가 상승률 둔화가 확인된다면 시장이 반응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물가 상승률이 정점을 지났다는 판단에 따라 달러가 약세를 보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의 "말말말"
그들이 보는 환율 전망은?
김승혁 NH선물 연구원 “미 연준이 물가 정점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고, 중국, 유럽 등 경기 침체 우려가 지속되고 있어 환율이 1350원까지도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가 정점이 확인되기 전인 3분기 까지는 1300원대 구간을 유지하다가 긴축 우려가 어느정도 일소 되는 4분기부터는 하락세를 보일 것"
최광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 “7월 FOMC에서 파월의장의 발언에 희망을 얘기하는 사람이 생겨났지만 일부 변화가 생겨도 미국의 기조가 긴축적, 9월 연준의 양적긴축(QT) 2배 증액이 남아있어 8월 25일 예정된 잭슨홀 미팅 이전까지 달러 인덱스의 하락을 얘기하는 것은 이르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 "글로벌 강달러 지속에 간밤 연준 위원들의 매파적 발언들이 주목을 받으면서 달러 자산에 대한 매력도가 더 높아졌다. 한국은 수출 둔화가 지속되다 보니 외국인들이 원화에 대한 매력을 못느끼는 상황으로 보여진다. 당분간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하반기 환율 상단은 1350원으로 전망한다. 4분기 1350원 고점을 찍은 뒤 연준의 태도 변화를 확인하고 연말께 1300원을 약간 하회하는 수준으로 내려올 것"
킹달러시여
이제 그 자리에서
부디 내려오십시오.
너무 올라가시면
내려올때도 힘드시옵니다
- 돌먼 dolem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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