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조원+α' 규모의 '제2의 중동 특수'가 그 막을 올렸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에 발맞춰 중동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가 에너지, 방위산업, 건설·인프라 등 3개 분야를 중심으로 추진하는 국가 대개조 프로젝트의 파트너로 한국을 낙점하면서 경기침체 위기에 처한 국내 산업계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전망이다.
미스터 에브리띵, 빈 살만은 누구?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를 다스리는 실질적인 통치자다. 37세의 젊은 나이로 개혁과 개방을 내세우고 있는 빈 살만은, 석유 수출에 의존해 온 사우디의 경제 체질을 바꿔 현대화를 이뤄낼 중동 지도자로 주목받고 있다.
2017년 왕세자에 오른 빈 살만은 87세 고령의 국왕을 대신해 국정을 총괄하고 있다. 사우디 국왕은 형제 세습을 해왔는데, 2015년 즉위한 살만 국왕은 이복동생과 조카를 축출하며 아들인 빈 살만을 왕세자로 전격 책봉했다.
빈 살만의 별칭은 '미스터 에브리싱'으로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 사람이란 뜻인데, 추정 재산만 2조 달러 약 2700조원으로, 세계 최고 부자로 꼽힌다. 그는 2016년 '2030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산업 다각화의 밑그림을 공개했고, 이듬해부터 '네옴 시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네옴시티는 사우디 반도와 이집트 사이 아카바만 동쪽에 건설되는 첨단 미래 신도시로, 우리 돈 670조원에 이르는 거대 도시 개발 사업이다.
또 한국과 경쟁하며 2030년 국제박람회 유치에 직접 나서고 있는데, 2030프로젝트 완성과 함께 대규모 국제 행사를 유치해 국제적으로 사우디 실권자로서 자신을 부각시키고, 왕위 계승의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2018년에는 사우디 출신 반정부 성향 언론인의 납치 살해사건 배후로 의심되며 국제사회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여성에게 운전을 허용하고 영화관을 재개장하는 등 이슬람 근본주의 청산 노력을 기울이며 리더십을 강화하고 있다.
제2의 중동 특수 현실화 되나
한국 주요 기업들과 사우디 정부·기관·기업이 100조(兆) 원대 안팎으로 추산되는 26개 초대형 프로젝트를 동시다발로 추진한다. 스마트시티·고속철도·수소 플랜트 및 수소 기관차·정밀화학·농업·제약 등 전 산업을 아우르는 계약과 양해각서(MOU) 체결로 전면적 협력 기반을 마련한다는 방침으로 ‘제2의 중동 특수’가 기대된다.
특히, 산업통상자원부와 사우디 투자부는 1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이창양 산업부 장관과 칼리드 알팔리 투자부 장관을 비롯한 양국 정부·경제계 인사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사우디 투자 포럼’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한국의 주요 기업과 사우디 정부·기관·기업은 총 26건의 계약·MOU를 체결했는데, 6건은 한국 민간 기업과 사우디 투자부 간, 17건은 공기업이 포함된 한국 기업과 사우디 기관·기업 간, 3건은 사우디가 투자한 기업(에쓰오일)과 국내 건설사들 사이에 맺어졌다. 각 협약의 예정된 사업비만 조 단위에 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기업별로는 어떤 사업들이 있나
① 한국전력
한국전력과 국내 주요 에너지·플랜트 기업은 이날 사우디 민간 발전업체인 ACWA파워와 그린 수소 사업을 추진하는 내용의 협력 약정을 체결했다.
이번 사업은 사우디 현지에 대규모 그린수소 생산단지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로 사업 기간만 25년, 사업 규모는 약 17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린 수소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에서 나온 전기로 물을 분해해 생산하는 친환경 수소다.
② 삼성물산
삼성물산은 네옴 시티에 모듈러(조립식) 주택을 건설하는 협약을 맺었다. 규모는 1만 가구, 5조3000억 원대(40억 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네옴 시티에 최첨단 철강 3D 모듈러 방식으로 임직원 숙소 1만 가구를 짓는 ‘네옴 베타 커뮤니티’ 프로젝트 관련 MOU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표면적으로는 공사 현장의 인력이 거주하기 위한 용도지만 네옴시티 핵심으로 꼽히는 직선 도시 ‘더 라인’ 내 주택 건설을 위한 시험장(테스트베드) 성격을 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프로젝트로 모듈러 주택의 효용성, 생산성을 파악한 뒤 향후 실제 더라인 주택 건설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③ 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 내 철도·차량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현대로템은 사우디 투자부·철도청과 철도차량 제조 공장을 설립하는 내용의 MOU를 체결했다. 현대로템은 이번 협약을 계기로 중동 시장 확대를 위한 거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현대로템은 사우디 철도청과 차세대 수소 기관차도 함께 개발한다. 이는 사우디 철도청에서 운영 중인 디젤기관차를 대체하는 사업이다. 사우디 네옴 스마트시티 사업의 전체 사업비는 약 700조원에 달하며, 이 중 차량 구매 예산 규모만 약 3조6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④ 에쓰오일
사우디 국영 정유·석유화학기업 아람코가 최대 주주인 에쓰오일과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롯데건설 등 국내 3개 건설사 간 설계·조달·시공(EPC) 기본계약이 이날 체결됐다. 에쓰오일의 석유화학 2단계 확장 프로젝트인 9조 원 규모 ‘샤힌 프로젝트’ 관련이다. 샤힌은 아랍어로 ‘매’라는 뜻이다.
에쓰오일은 이날 9조2580억 원 규모 샤힌 프로젝트 투자를 최종 결정했다. 아람코의 한국 투자 중 사상 최대 규모로,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에 세계 최대 규모의 정유·석유화학 스팀크래커(Steam Cracker)를 건립, 연간 최대 320만t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게 된다.
에쓰오일은 전신인 쌍용정유 시절부터 아람코가 인수해 운영되고 있다. 아람코는 지난 1991년 쌍용정유의 지분 35%를 인수하며 국내 정유업계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이후 최대주주가 된 건 지난 2015년이다. 아람코는 에스오일의 지분 63.4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⑤ 롯데정밀화학
롯데정밀화학도 사우디 투자부와 손잡고 고부가가치 정밀화학 제품 생산 거점 구축에 나선다. 사우디 정부는 정밀화학 사업 유치를 위해 적지 않은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정밀화학은 사우디에 구축한 생산 거점을 중심으로 유럽시장 공략과 동시에 원가 경쟁력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⑥ 한화그룹
이 밖에 한화그룹도 빈 살만 왕세자 방한에 맞춰 사우디와 방위산업 관련 수출 계약을 맺을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한화가 사우디에 수출하는 무기는 ‘다연장로켓’ 천무와 K9 자주포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대되는 경제효과는?
"건설이 이끌 테니 따라와"
그동안 중동시장은 우리나라의 글로벌 투자 및 통상 산업에서 우선순위에 놓이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투자 포럼을 계기로 중동과 사우디에 대한 새로운 경제 체계 마련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질적으로 구체적인 사업이 추진되면 곧바로 토목 분야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도시 건설에 앞서 부지 정비, 통신, 상하수도 등이 우선적으로 마련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후부터는 건설의 시대에 들어선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토목 단계에서는 기초적인 인프라를 조성하기 때문에 중장비, 전문인력 등이 요구된다"며 "실질적인 건설이 시작될 때부터 수요가 폭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측면에서 봐도 건설 산업을 통한 효과는 크다. 17일 한국은행이 제공하는 산업연관표를 보면, 건설분야는 2015년 2.05, 2016년 1.98, 2017년 1.97, 2018년 1.95, 2019년 1.95 등으로 같은 시기 다른 산업에 비해 생산유발계수가 높았다.
생산유발계수 : 최종수요가 한 단위 증가하였을 때 이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각 산업 부문에서 직·간접으로 유발되는 산출액 단위.
좋은 기회 헛되이
놓치지 말고
국가차원의 전략을 수립하여
대응해야...
인력 운영, 수익성 관리,
정부-민간 협력 등 어느 것 하나
놓치지 말자
경제의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기 직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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