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정기예금 연 5% 시대가 열렸다. 정기예금에 1억원을 넣으면 연간 500만원의 이자가 발생한다. 시중은행 예금 금리가 연 5%를 넘어선 건 세계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 이후 무려 14년만이다. 시중은행 금리마저 5%를 돌파하자 저축은행 예금은 7%까지 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14년만에 도래한 정기예금 5% 시대
14일 주요 시중은행 예금금리가 연 5%를 넘어섰다. 시중은행 중 가장 높은 금리를 주는 NH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의 1년 만기 금리는 연 5.1%다. KB국민은행 ‘KB STAR 정기예금’도 이날부터 1년 만기 기준 연 5.01%의 금리를 적용한다. 국민은행 측은 "당행 정기예금 금리가 연 5%를 넘은 건 2008년 8월 11일(5.05%) 이후 14년 만"이라고 밝혔다.
우리은행 대표상품인 ‘우리 원플러스 예금'은 전날 기준 연 5.18%(1년 만기 기준)의 예금 금리를 제공했다. 우리은행에 3000만원을 1년간 예치한다면 연 이자만 세후 기준 131만원이 넘는 셈이다. 해당 상품은 시장금리를 즉각 반영해 매일 적용하는 금리가 바뀌는 상품으로, 14일자 기준 적용 금리는 연 4.98%를 기록했다.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과 하나은행의 '하나의 정기예금'도 금리도 연 4.85%대다. 바야흐로 예금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할 수 있다.
연 5% 금리를 주는 상품에 1억원을 넣는다면 1년에 이자수익만 500만원가량(세전) 올릴 수 있는 셈이다. 이자수익에 부과되는 세금(이자소득세 14%+농어촌특별세 1.4%)을 제외하면 실제 이자 수령액은 423만원 수준이다.
예금금리가 올라서 좋긴 한데
왜 오를까?
한은의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수신금리가 올라가고 있다. 지난달 12일 한은이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올리자, 시중은행들도 바로 예∙적금 금리를 최대 1%포인트 올린 바 있다. 오는 24일 한은이 올해 마지막으로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예∙적금 금리도 추가 인상될 가능성이 커지는 모습이다.
또 최근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은행채 6개월물 금리가 연 4%대, 1년물은 연 5%대로 약 13년 만에 최고점을 찍은 것도 정기예금 금리를 밀어 올렸다는 분석이다.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도 연 3.97%로 4%에 육박한다.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는 한은의 기준금리뿐 아니라 은행채와 CD금리 등 시장 금리가 반영된다.
게다가 얼어붙은 채권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채권 발행 자제를 요청하자, 수신 의존도가 커진 은행권은 예금 금리 올리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시중자금이 정기예금으로 빠르게 유입되면서 자금 유치 경쟁은 날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실상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만큼 (자금) 조달 계획 차원에서 미리 앞서서 (예금 금리를) 올리는 것"이라며 "기준금리 인상 전후로 예금금리도 나눠 오르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더 절박한 저축은행 7% 예금 내놓을까
시중은행의 금리 인상에 마음이 급해지는 건 저축은행이다. 일반적으로 저축은행은 시중은행보다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고객을 잡아 둘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조금이라도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예·적금 상품을 찾아 자금을 수시로 옮기는 '금리 노마드족' 때문에 저축은행 사이에서도 경쟁적으로 금리 인상이 이뤄지고 있다.
금리 노마드족 : 「금리」와 유랑자, 유목민을 뜻하는 「노마드(nomad)」, 「족(族)」을 합쳐 만든 신조어로, 이자가 높은 곳의 예 · 적금을 들기 위해 여러 은행을 돌아다니는 사람을 가리킨다.
한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연말에 저축은행 예금금리가 연 7%를 기록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아 보인다”며 “시중은행 금리가 4% 후반대일 때 저축은행 금리가 6.5%까지 나온 만큼 시중은행 금리가 5% 중반으로 가면 7%로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금리 인상기에는 리스크 등이 커지므로 저축은행이 시중은행보다 금리를 더 줘야 고객을 잡을 수 있다”며 “시중은행 금리보다 1~1.5%포인트는 높아야 안전범위일듯하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평균 예금금리는 이날 기준 연 5.49%다. 정기예금 금리가 가장 높은 곳은 IBK 저축은행과 상상인 저축은행 등으로 1년 만기 6.0%다.
자고나니 오르는 예금금리 시대
어제 5%
오늘 6%
내일 7%
다만 높은 금리로 예금을 유치한다고 해서 저축은행들의 고민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금융당국의 대출 금리 상한선(20%) 규제 때문에 저축은행은 예·적금 금리를 높게 올릴수록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들은 이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해 내부적인 비용 절감과 더불어 저신용자의 대출 기준을 높이는 등 안전한 고객을 받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상호금융 특판예금은 벌써 7% 입니다만
특판 상품이지만 상호금융에서는 7%대 정기예금 상품도 이미 등장했다. 14일 대전서부새마을금고에서 6개월에 최고 연 7.3% 이자를 주는 정기예금 특판을 진행했는데 이날 오전 9시쯤 조기 마감됐다.
상호금융 : 농협·수협·축협의 단위조합을 통해 제한된 형태의 예금과 대출을 취급하는 것을 말한다.
원광새마을금고도 9개월 만기 연 7% 금리의 예금상품을 오는 18일까지 판매 예정이다. 지난 10일 고양 일산신협에서 8개월에 연 7% 금리의 정기예금 특판은 이틀 만에 소진됐다.
예금도 우리의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금융상품 중에 하나다.
자고나면 오르는 금리...
우리는 어떻게 자금을 운용해야 할까?
금리 인상이 이어지며 이른바 '중도해지 정기예금'까지 각광을 받고 있다. 연 4% 이상 고금리를 제시하면서 중도에 해지해도 동일한 이자율을 적용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나중에 이탈하더라도 당장 자금을 끌어모을 필요가 있는 저축은행권을 중심으로 앞다퉈 나오고 있다.
차후 금리 상승을 예상하며 잠시 자금을 맡겨 두려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적절한 대안이 될 것이다.
정기예금 금리는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한은이 오는 24일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은행들이 수신금리 무한경쟁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저원가성 예금이 매달 많게는 수조 원씩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유동성 관리를 위해 정기예금을 최대한 많이 유치하고 오랫동안 묶어두는 게 중요해졌다"며 "은행 간 수신금리 인상 경쟁이 불가피한 만큼 내년에는 시중은행에서 연 6%대 정기예금 상품이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 정기예금 금리 인상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다. 은행 예·적금과 은행채 금리가 오르면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높아져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신용대출 금리가 줄줄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예금금리가 오르면
당연히 대출금리도 오른다
예금에 웃고 대출에 우는
세상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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