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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수지와 경상수지란? 헷갈리는 무역통계 보는 법

by 돌먼 2022. 11. 13.

8월 무역수지 적자가 통계 집계 66년 만에 월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벌써 5개월 연속 적자 행진이다. 그런데 비슷해 보이는 경상수지는 3개월 연속 흑자라고 한다. 지난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경상수지 흑자 폭은 1년 전과 비교해 줄긴 했지만 여전히 흑자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일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서 “(무역수지 적자는 커졌지만) 대외건전성을 걱정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 경상수지에서 연간 300억 달러 이상 흑자를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한국 무역의 실제 '무역 체력’은 어떤 상황인 걸까? 무역수지, 경상수지, 상품수지 등등 이 복잡한 용어들은 어떤 관계이고 무엇이 중요할까?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려면 어떤 통계에 주목해야 할까? 볼 때마다 헷갈리는 무역수지와 경상수지의 관계를 알아보도록 하자.



무역수지는 적자지만 경상수지는 흑자?

두 통계가 의미하는 것



우선 ‘수지(收支)’라는 말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다.‘수지 맞았다’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수지는 거래 관계에서 발생한 이익을 뜻한다. 무역수지와 경상수지 모두 수출과 수입의 차액을 나타내는 지표다. 하지만 ‘수출’ 그리고 ‘수입’에 무엇을 넣는지가 다르다. 간단히 말하면 경상수지가 무역수지보다 좀 더 넓은 개념이다.

우선 무역수지는 한 나라 상품의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수치다. 한국의 주력 수출품이 주로 공산품이었을 때 집계하기 시작한 통계라서 상품의 수출과 수입에 집중했다고 보면 되겠다.

경상수지는 상품 외에도 서비스로 벌거나 나간 돈에 대한 통계를 집계하고, 투자를 통해 한국이 벌어들인(혹은 한국에서 나간) 돈을 모두 포함한 보다 포괄적인 통계다. ‘경상(經常)’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듯, 경상수지는 국가 간 통상적 거래에서 계속적으로 생기는 수입과 지출의 차액이라고 할 수 있다.

경상수지크게 상품수지, 서비스수지, 본원소득수지, 이전소득수지 등 4개 항목으로 구성되며, 이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가 무역수지와 연동된다.



무역수지는 재화의 수출입 격차를 뜻하는 상품수지와 비슷하지만, 두 지표는 집계 방식이 달라 결과적으로 액수에서 차이를 보인다. 무역수지는 통관 기준 수출액과 수입액의 차이로, 실제 상품이 세관 당국에 신고한 시점이 기준이 된다. 상품수지는 소유권 이전 기준으로 작성되기 때문에 무역수지에는 잡히지 않는 중계무역과 가공무역까지 포함된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베트남 공장에서 스마트폰을 만들어 미국에 수출한 경우, 경상수지에는 수출로 잡혀 흑자에 반영되지만 무역수지엔 잡히지 않는다. 삼성전자가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에서 생산하는 낸드플래시도 현지에서 바로 다른 나라로 수출할 경우 무역수지에 집계되지 않는다. 한국은행은 무역적자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무통관수출이 늘면서 경상수지가 연간 흑자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이 해외 공장에서 생산해 현지나 제3국에 판매한 제품은 무역수지에서는 수출로 잡히지 않는다. 사진은 지난달 미국 조지아주 기아 공장에서 현장 근로자가 조립 작업을 하는 모습.


김영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금융통계부장은 “상품수지에는 수출과 수입의 격차에 더해 선박 운임과 보험료, 가공무역 등이 반영되면서 조정을 거치기 때문에 무역수지 적자가 반드시 상품수지 적자로 이어지진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6월 기준 우리나라 상품수지는 35억9000만 달러 흑자(경상수지는 38억6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한 반면, 무역수지는 25억7500만달러 적자를 냈다.

참고로 두 통계는 집계 주체도 다르다. 관세청이 무역수지를, 한국은행이 경상수지를 발표한다.


경상수지 속 서비스수지란 무엇을 뜻하나?


경상수지에서 상품수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최근엔 여행·운송 등 서비스수지, 배당·임금 등을 포함한 본원소득수지, 국내 거주자와 비거주자 간 무상으로 주고받는 금전거래인 이전소득수지 등 다른 요소들도 중요해지고 있다.

여기서 서비스수지란 한 나라가 다른 나라와 각종 서비스를 거래한 결과 발생한 수입과 지출의 차이를 뜻하며, 운수, 여행, 통신서비스, 보험서비스, 특허권 등 사용료, 사업서비스, 정부서비스, 보험서비스, 기타서비스 등 8개 항목을 포함한다.

특히 올해 상반기의 경우엔 경상수지 중 서비스 수지가 개선되면서 상품수지 흑자폭이 축소된 부분을 상쇄했다. 우리나라가 경쟁력이 강한 컨테이너 운임(운송수지)이 많이 올랐고, 해외여행이 과거보다 줄면서(여행수지) 서비스수지의 적자 규모가 개선되고 있는 것이다.

서비스수지는 지난해 7월 2억 8000만 달러 적자였는데, 올해 7월은 3억4000만 달러로 흑자 전환했다. 올해 7월 본원소득수지는 그 규모가 줄긴 했지만 22억7000만 달러 흑자를 냈으며, 7월 상품수지가 적자로 전환됐음에도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한 것을 보면, 상품수지 외 다른 요소들이 경상수지 흑자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경상수지가 흑자면, 무역수지 적자는

정말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걸까?




정부는 무역 적자 우려에 경상수지가 흑자라는 논리로 방어하고 있다. 하지만 역대 최악인 무역수지 적자가 우리 경제의 위험 신호가 아닐 수는 없다. 무역수지 적자가 계속 커지면 경상수지도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1998년부터 25년 연속 경상수지 흑자를 이어가는 기조가 내년에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이유인 것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무역수지 적자로 당장 우리나라의 대외건전성에 문제가 생겼다고 볼 수 없다는 정부 주장에는 어느 정도 동의하지만,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특성상 무역적자폭이 확대되는 상황 자체가 경제 성장을 막는 부정적인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경상수지가 흑자라는 이유로 무역적자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현재 추세가 지속되면 상품수지가 악화되면서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설 수 있는데, 이 경우 재정수지와 경상수지가 동시에 적자인 ‘쌍둥이 적자’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환보유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측면에서 경상수지가 흑자인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그러나 무역수지가 계속 적자라는 것은 전반적인 경제 상황의 부진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신경을 써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원화 가치가 크게 떨어졌는데도 수출이 부진한 사실을 우려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한국의 정확한 무역 성적표?

'무역수지 vs 경상수지'



사실 무역수지와 경상수지 한쪽 지표만 보고 경제 상황을 진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이 자동차·반도체·스마트폰인 만큼 이들 업황이 두 지표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고려할 필요가 있겠다. 이들 품목의 해외 생산이 늘면서 무역수지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의 무역구조 변화를 감안한다면 단순 무역수지보다는 경상수지 중 상품수지 기준으로 실적을 판단하는 편이 적절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지표를 집계한 역사를 보면, 무역수지(1956년)가 경상수지(1998년)보다 40여년 앞서 있다. 한국의 산업 체질이 바뀌는 과정에 경상수지를 집계하기 시작하면서 기존 무역수지에 잡히지 않던 항목들도 더 정확히 반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외환 수급 등 우리 경제 대외건전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려면 재화 수출입뿐 아니라 서비스 교역, 해외투자 소득 등의 경제적 거래를 포괄하는 경상수지가 보다 유용한 지표가 된다.


그렇다면 무역수지는 없어도 될 지표일까? 그렇진 않다. 무역수지는 여전히 한국 제조업 경쟁력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다. 에너지 가격 급등과 인플레이션, 강(强) 달러 등으로 인해 올해 7월 상품수지가 10여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는데, 이미 그전부터 무역수지는 적자를 이어가고 있었다.

무역수지와 경상수지 두 지표의 차이를 정확히 알고 양쪽 지표를 읽는다면, 한국 경제의 상황을 더 정확히 읽을 수 있는 안목을 기르게 될 것이다.



수지중 으뜸은 '배수지'이지만

우리가 알아야 '수지'가 또 있습니다

바로 '무역수지'와 '경상수지'이지요

'배수지'는 우리의 시선을 빼앗아갈 테지만

무역통계는 경제를 바라보는
우리의 눈을 키워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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