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7.7%를 기록하며 시장 예상을 밑돌았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연방준비제도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물가 드디어 그 속도를 늦추다!
미 노동부는 10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7.7% 올랐다고 현지시간 10일 밝혔다. 시장 예상치였던 7.9%를 하회하고 전월비 기준으로도 0.4%를 기록했다. 헤드라인 물가 기준으로는 올해 1월 이후 가장 낮은 물가 상승률이고 2월 이후로는 처음으로 보는 7%대 물가다. 헤드라인 물가는 6월을 정점으로 4개월 연속 둔화세를 나타내고 있다.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보다 6.3% 상승해 전망치인 6.5%보다 낮았다.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소비자의 시각에서 상품 및 서비스 가격의 변동을 측정하며, 구매 동향 및 인플레이션의 변동을 측정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실제 수치가 예상치보다 높은 경우 미달러화 가치 및 전망이 긍정적이라는 뜻이며, 낮은 경우 부정적임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증권가에서는 소비자물가가 점진적으로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의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주거비는 연말까지 상승 모멘텀을 이어갈 공산이 크지만 누적된 긴축이 물가를 누르는 효과들이 점차 강해질 것임을 감안하면 11월 물가도 상품 물가 하락, 에너지와 식품, 의료서비스 물가 중심으로 둔화되는 흐름이 나타나면서 헤드라인은 7.5%, 근원물가는 6.2%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송주연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근원물가 둔화가 인플레이션 압력이 감소하기 시작했다는 안도감을 제공한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주택 가격 하락이 주거물가 하락으로 옮겨지는 시차를 감안할 때, 당분간은 물가 하락 가속화를 제어하는 소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짚었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 겨울철 유가 상승이라는 리스크가 남아있지만 물가의 선행하는 지표들의 움직임을 감안하면 인플레이션 둔화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문제는 둔화 속도인데, 렌트비 상승세가 본격적으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1분기 이후에는 근원물가의 전월비 상승률이 0.3%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제 시선은 12월 FOMC로
연준이 12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50bp 인상(빅스텝)하며 속도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12월 FOMC 전까지 물가와 고용지표가 한 번씩 더 남아 있는데 누적된 긴축의 효과가 점차 가시화될 것임을 고려하면 물가의 업사이드 리스트(upside risk)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사실 10월 CPI 결과는 12월 FOMC의 50bp 인상을 지지해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당분간 주거비 항목 부담에도 전반적인 수요 위축과 기업의 가격 결정력 약화로 서비스 인플레이션 압력도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 이후에는 연준에게도 정책을 전환(PIVOT)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길 수 있다.
다만 11월 FOMC에서 보여준 연준의 정책 스탠스가 금리인상 속도에 대한 부분보다는 “천천히, 하지만 더 높게” 최종금리 수준을 가져가겠다는 것을 확고히 했다는 점에서 시장에는 잠재적으로 변동성 확대 요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파월 11월 FOMC 직후 기자회견에서 “12월에 금리 인상 속도를 줄일 수는 있다. 다만, 금리 인상의 최종 목적지, 즉 최종 금리를 만약 오늘 찍어야 했다면 더 높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로 비유하면 75km/h로 달려가다 잠시 50km/h로 속도를 줄일 수는 있지만, 이대로 그다음 달에는 25km/h로 줄이고 바로 0km/h로 줄이는 것이 아니라 50km/h로 계속 달릴 수도 있다고 이야기한 셈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도 "이번 CPI 결과는 12월 FOMC에서 50bp 인상을 기정 사실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실업률이 아직 3.7%에 낮게 머물러 있고 고용 시장이 아직 양호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준의 정책 전환을 고려하기는 아직 이르다"라고 평가했다.
우리나라 상황은 어떠한가
코스피지수도 2500선에 바짝 다가서면서 증시가 저점을 통과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인플레가 증시 지배하는 시기 끝났다"는 시장의 분위기 속에 11일 오전 코스피지수는 2.75% 상승한 2468.30에 거래되며 2500선에 바짝 다가섰다.
전날 발표된 미국 10월 CPI(7.7%)가 전달(8.2%)은 물론 시장 전망치(7.9%)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하면서 증시에 훈풍을 몰고 왔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정점을 찍은 만큼 미 Fed의 금리 인상 속도도 둔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번진 것이다.
한은도 금리인상 속도 조절할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1일 "최근 들어서는 인플레이션과 환율이 비교적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긴축적 통화 기조를 유지함으로써 물가안정 기조를 공고히 하고 인플레이션 수준을 낮추는 것은 여전히 한국은행의 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서울에서 열린 한은·한국경제학회 공동 개최 국제콘퍼런스 개회사에서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속도도 Fed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바와 같이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총재의 이날 발언은 금리 인상 기조는 유지하면서도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한은이 24일 올해의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베이비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25%포인트 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이 총재는 앞서 연 3%로의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하면서 "최종 금리는 연 3.5% 수준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섣부른 희망론은 절대 금물
그러나 경기 침체와 기업 감익으로 인해 연말부터 다시 증시가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국내 상장사 136개의 올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전월대비 18.1% 감소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장은 "경기 둔화가 나타나지 않으면 미 Fed는 다시 통화정책을 강화해야 하는 딜레마에 놓여있다"며 "실제 경기가 둔화되고 기업 이익이 꺾이면 지금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이 싸 보이는 주식들도 더 이상 저렴해 보이지 않으면서 2차 하락을 야기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믿었던 수출도 심상치 않다!
지난달 수출이 1년 전보다 5.7% 감소해 2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무역수지는 67억 달러 적자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7개월 연속 적자가 이어졌다. 올 들어 10월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356억 달러로 불어나 연간 기준 최대치를 넘어섰고 1위 교역국인 중국과의 무역수지도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내년 더욱 심각한 세계 경제 침체가 예상되는 가운데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경제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10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524억8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5.7% 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2020년 10월(3.9%↓) 이후 2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원인을 살펴보면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한국 1위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17.4% 줄며 3개월 연속 감소한 영향이 크다.
정부가 반도체, 2차전지 등 분야별 수출 동력 확보 대책을 부랴부랴 내놓고 있지만 대외 요인으로 촉발된 무역적자를 해소하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미국 금리 인상, 글로벌 경기 둔화 여파로 내년 상반기(1∼6월)까지 무역적자가 이어지는 등 수출 하락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정부도 다소 비관적인 수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반도체 단가 하락 등 글로벌 IT 경기 위축이 IT 비중이 높은 우리 수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당분간 증가세로의 반전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했다.
여전히 절대적인 금리 수준은 높다.
앞으로 부동산 시장이 더욱 얼어붙으면
금융시장 등 경기 전반이 더 힘든 시기를 보낼 수 있다.
아직은 추세적 반등이기보다
베어마켓 렐리라고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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