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가장 각광받을 거라고 예상됐던 기업 디즈니. 팬데믹 이후 사람들의 생활 습관이 바뀌면서 장기적으로 큰 이익을 볼 수 있는 사업 모델(디즈니 플러스 등)을 갖고 있다고 평가됐던 기업이다.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중반부터 디즈니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했고, 코로나가 정점에 있던 2021년 3월에는 197달러라는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런데 작년 여름 이후 미국을 시작으로 서서히 위드 코로나 체제로 전환되면서 디즈니 주가가 오히려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서는 다른 성장 기술 기업들과 유사한 흐름을 보이더니 현재는 사상 최고가 대비 약 50% 하락한 상황이다. 기대하던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왔는데도 말이다. 가장 큰 수혜가 기대됐던 디즈니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실적이 부진하다!
우선 실적 자체가 부진했다. 디즈니의 회계연도는 전년도 10월 1일부터 해당 연도 9월 30일까지인데, 9월에 끝난 2022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디즈니의 매출은 828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 직전인 2018년(590억 달러)과 2019년(700억 달러)을 크게 넘어선 수치긴 했지만 시장 기대치에는 못 미쳤다는 평가다.
그런데 매출보다 심각한 것이 당기순이익이다. 2022년 당기 순이익 32억 달러를 기록했는데, 2018년과 2019년 모두 100억 달러 이상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부진한 결과였다. 게다가 내년에는 매출과 이익 증가 폭이 모두 시장 기대치를 밑돌 것이란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디즈니의 전체 회계 연도 매출은 전년도보다 22% 이상 증가한 828억 달러의 기록적인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1996 회계 연도 이후 연간 매출 증가폭으로는 최대이다. 이익도 한 해전의 20억 2000만 달러에서 31억 9000만 달러로 50% 가까이 늘었지만 2018년과 2019년에 100억 달러 이상의 이익을 거둔 것에는 한참 못 미친다.
전 날 오후 열린 콘퍼런스 콜에서 CFO인 크리스틴 매카시는 23회계 연도의 매출과 이익 증가폭은 월가의 기대치를 밑도는 한자릿수로 둔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 참여자들은 23회계 연도에 디즈니의 평균 매출 성장을 약 13.9%, 영업 이익 성장을 약 17.4%로 예상해왔다.
머니 블랙홀이 된 디즈니 플러스
실적보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기대를 모았던 디즈니 플러스가 지속적으로 손실을 키워가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구독자 수는 순조롭게 늘려왔다. 디즈니 계열사이자 또 다른 OTT 플랫폼인 훌루와 ESPN+을 합치면 2억 3300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하여, 넷플릭스를 이미 넘어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7~9월에만 무려 15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는 사실이다. 누적 손실은 80억 달러에 달한다. 가장 각광받던 성장 엔진이, 정작 1위를 하고서도 손실 폭을 키우는 ‘돈 먹는 하마’가 된 것이다.
디즈니의 스트리밍 서비스는 9월 말로 끝난 분기 중 신규 구독자가 월가에서 예상한 평균 1,040만 명을 크게 넘는 1,210만 명으로 집계돼 넷플릭스를 크게 넘어섰다. 디즈니+와 훌루, ESPN+를 포함한 총 구독자수는 2억 3천3백만에 달한다.
그러나 넷플릭스 등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와의 콘텐츠 지출 경쟁으로 스트리밍 서비스 부문의 손실이 분기에만 15억 달러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퇴근했던 구원투수 재등판
'밥 아이거'의 복귀
그래서 며칠 전인 11월 20일, 디즈니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작년 12월 말 디즈니 이사회 의장에서 퇴임하면서 완전히 디즈니를 떠났던 밥 아이거를 다시 CEO로 복귀시킨 것이다.
밥 아이거는 미국 방송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거물이다. 1995년 디즈니가 ABC방송을 인수할 당시 ABC방송 모기업의 COO(최고 운영 임원)로 있으면서 디즈니에 몸담게 됐다. 그가 디즈니 본진에 진입한 건 4년 뒤인 1999년이었는데, 디즈니 해외 비즈니스를 담당하는 자회사 COO를 겸직했고, 2000년에는 총괄 COO로 빠르게 승진했다.
마침내 2005년에는 디즈니 CEO 자리를 차지하게 됐는데, 이때부터 이른바 ‘밥 아이거의 매직’이 시작됐다. 2006년 픽사 인수를 시작으로 2009년에는 마블을 인수했다. 그 결과가 어땠는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며, 밥 아이거가 현재까지도 ‘디즈니 부활의 전설’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실제로 마블 인수를 기점으로 디즈니 실적과 주가는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마블 인수에 투자한 약 40억 달러를 마블 영화만으로 약 5년 만에 모두 회수했기 때문이다. 이후 아이거는 2012년 ‘스타워즈’의 조지 루카스가 세운 루카스필름까지 디즈니 제국에 편입시켰다. 디즈니의 엔터테인먼트 분야 지식재산의 제국을 완성한 것. 이어 2012년 존 페퍼에 이어 디즈니 회장에 오른 아이거는 명실상부한 디즈니의 황제가 됐다.
복귀 소식에 시장은 벌써 열광
'주가 급등'
콘텐츠뿐만이 아니다. 2016년에는 상하이 디즈니 랜드를 오픈했고, 2019년 디즈니 플러스를 출시하며 현재 디즈니의 사업 구도를 완성하기도 했다.
그 결과 2009년 약 18달러의 저점에 있었던 주가가 12년 만인 2021년 197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놀라운 성적을 거두고 떠난 밥 아이거가 구원투수로 복귀한다는 소식에 주가가 급등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다시 CEO 자리에 복귀하게 된 아이거는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다시 디즈니의 CEO로 복귀한다는 소식을 전하게 돼 놀라운 동시에 겸허한 마음"이라며 "여러분들과 함께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게 돼 흥분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회사는 지난 3년간 여러분들에게 많은 것을 요구했고, 이는 상당히 어려운 시간이었다"며 "하지만 나는 낙관주의자로, 불확실성 앞에서도 우리는 불가능한 것을 성취해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디즈니는 전 세계 사람들의 가슴에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며 "여러분의 헌신과 훌륭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사람들에게 기쁨을 가져다주는 우리의 사명은 매일매일 나에게 영감을 준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현재 그의 앞에 놓인 숙제는 만만치 않아 보인다. 디즈니 플러스 적자와 최근 인수했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는 20세기 스튜디오의 부진이 쉽게 해소될 사안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불어 테마파크와 크루즈 등 오프라인 사업에서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걸맞은 빠른 회복세를 만들어내야 한다.
아이거가 CEO로 활동했던 15년 간 디즈니 주가는 5배 이상 올랐고 연간 순이익은 4배 이상 급증한 바 있다. 이제 돌아온 아이거가 어떤 방식으로 디즈니다운 저력을 보여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과연 그가 디즈니에 두 번째 기적을
이뤄낼 수 있을까?
밥 아이거!
'아이고~'가 되진 않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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