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테크 회사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상반기 실적을 발표했다. 두 회사 모두 분기 최대 매출을 기록했는데, 광고 사업 의존도는 과거보다 줄었다. 네이버는 전체 매출의 57%가 광고에서 발생했다. 커머스 광고를 제외하고 검색 광고와 디스플레이 광고만 집계하면 44%로 비중이 더 줄어들었다. 카카오는 네이버보다 광고 매출 비중이 더 낮다. 톡 비즈 광고형 매출과 포털 사업의 매출을 단순 합산한 광고 매출은 전체의 21% 수준이다.
비즈니스의 핵심과 근본은 광고
네이버 최수연 CEO는 네이버를 “검색-쇼핑(커머스)-페이(결제)로 이어지는 독보적인 플랫폼”이라고 정의했다. 카카오 남궁훈 단독 대표는 “카카오 사업의 본질은 광고와 커머스라는 결론에 이르렀다”라고 밝혔다. 두 CEO 모두 이번 실적 발표에서 줄어든 광고사업 매출에도 불구하고 검색 광고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두 회사 대표의 발언을 어떻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매크로 경제 상황부터 알아야 한다. 미 경제가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면서 기술적인 경기 침체 단계에 들어섰다. 기업들의 허리띠 졸라매기도 현실화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디지털 채널에 집행하는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자 하는 노력일 것이다. 하지만 마케팅 비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말 필요한 서비스나 광고는 계속 이용할 수밖에 없다.
네이버는 거시 경제 환경으로 인한 광고 비용 축소 영향이 없었다고 밝혔다. 반면 카카오는 리스크에 취약한 상황이다. 현재 광고 매출 구조를 보면, 광고 매출 70%가 전체 광고주의 1%에 불과한 대형 광고주에서 나오고 있다. 만약 거시 경제 환경이 더 악화하거나 기업들이 마케팅 비용을 줄일 경우, 카카오는 매출 감소를 체감하게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현상은 다국적 기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전체 매출의 58%를 차지하는 안정적인 검색 광고 매출을 기반으로 경기 침체 또는 둔화의 영향을 덜 받았다. 반면 메타(구 페이스북)는 릴스를 제외하곤 매출이 감소했다. 사실상 경기 침체의 영향을 직격탄으로 받은 것인데, 그래서 안정적인 검색 볼륨이나, 이용량을 확보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요즘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현재는 네이버에 유리한 상황이라 하겠다. 올해 1분기 국내 검색엔진 점유율은 네이버가 64% 이상을 차지했다. 심지어 모바일만 놓고 보면 점유율이 71% 이상으로 더 높아진다.
네이버가 장악한 검색 시장에 카카오는 오픈 채팅이나 프로필상 소셜미디어 기능 강화로 도전장을 던졌다. 참고로 2분기 말 기준 카카오톡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4743만명에 이른다. 단순 메신저 기능을 넘어서는 포털화가 이뤄지면 네이버 모바일 검색을 일정 부분 잠식할 것으로 기대된다.
카카오가 주력하는 '검색광고'는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 ①기존 카카오가 보유한 포털사이트 '다음'의 검색광고, ②카카오톡 내부의 탐색 및 발견 탭, ③카카오톡 안에서 검색한 후 노출되는 광고가 바로 그것이다.
카카오톡 첫 번째 탭에서 “오늘 생일인 친구”라는 기능을 넣은 이후, 실제로 높은 매출 성장으로 이어졌다. 4743만명이라는 숫자의 위력이 드러난 사례라고 하겠다.
네이버와 카카오
어떻게 같고, 어떻게 다른가
검색과 커머스 또는 광고와 커머스의 중심에는 검색 볼륨 또는 활성 이용자 수라는 공통분모가 내재해 있다. 이러한 볼륨을 기반으로 각 회사의 사업 모델 특성에 맞는 커머스로 성장시킬 수 있게 된다. 거래액을 기준으로 보면 네이버는 10조3000억원, 카카오는 2조1000억원(톡 비즈 커머스 거래액)을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네이버는 19.8%, 카카오는 19% 증가한 수준이다.
네이버는 실적 발표 자료를 통해 ①여행·예약의 거래액, ②브랜드 스토어의 약진, ③중고 거래 플랫폼의 성장 등을 강조했다. 여행·예약의 거래액은 1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번 분기에만 190개 브랜드가 추가된 브랜드 스토어(전체 965개 브랜드)의 거래액은 작년보다 86% 증가한 7300억원에 이른다. 스니커즈 리셀로 대표되는 크림(Kream)은 스니커즈 외 카테고리가 거래 품목의 절반을 넘어섰고, 거래액은 3500억원으로 작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카카오는 항목별 거래금액을 공개하진 않았다. 단, 톡 스토어 거래금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7%, 선물하기는 19% 성장했다고 밝혔다. 네이버가 실생활을 대체하는 커머스를 제공하고 있다면 카카오는 프로필 변화와 오픈 채팅 등을 통해 일상의 이벤트를 중심으로 한 특화된 커머스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네이버는 실적 발표를 통해 CJ와 협업하는 풀필먼트 현황 및 생필품 빠른 배송 품목 현황 등을 제시했다. 총 186개 브랜드 중 33%에 달하는 61개 브랜드가 이번 분기에만 CJ와 협업하는 풀필먼트에 추가되는 등 공격적인 확장에 나서고 있었다. 카카오는 물류에 대한 설명은 따로 없었다. 이로 미루어 보아 당분간 특정 이벤트 내지는 D2C* 틈새시장에 특화된 커머스 기조를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D2C(Direct to Consumer) : 제조업체가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유통 단계를 거치지 않고 온라인 몰 등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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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네이버는 여행·예약에 대한 부분을 설명하면서 기존 검색 중심에서 디스커버리·크리에이션 중심의 커머스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밝혔다. 정확하게 커머스는 아니지만, 크리에이터 생태계를 설명하면서 크리에이터-콘텐츠-슈퍼 팬의 선순환 구조를 밝힌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존 카페나 밴드 등 커뮤니티 서비스 외에 더 가볍고 유연한 온라인 커뮤니티 서비스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맥킨지는 작년 12월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장기적으로 고객을 유지하기 위한 최종 옵션으로 브랜드 커뮤니티를 꼽았다. 그리고 그 커뮤니티를 유지하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콘텐츠'라는 것을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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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이냐 내실화냐 그것이 문제로다
'웹툰과 웹소설 사업'
콘텐츠 사업의 핵심인 웹툰과 웹소설과 관련한 두 회사 경영진들의 입장은 갈렸다. 네이버 경영진들은 웹툰 사업을 두고 “의도된 적자 및 성장을 위한 적자”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마케팅 비용을 조정할 경우 바로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는 설명이었다.
반면 카카오의 입장은 좀 달랐다. 스토리 부문 내 해외 계열사들의 성장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는 입장이었다. 배재현 투자 총괄 책임자(CIO)는 “인력과 마케팅 투자를 더 보수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당분간 서비스 경쟁력 강화와 함께 구조적인 수익성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운영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웹툰이나 웹소설 사업의 현황과 매출 구조를 살펴보면, 네이버 웹툰·웹소설 이용자 수는 1억8000명, 이중 네이버가 인수한 캐나다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제외한 숫자는 8600만명이다. 유료 고객 수는 850만명으로 유료화 비율이 10%에 육박한다.
이 유료 가입자를 지역별로 보면 국내가 26%, 미국과 일본 시장이 한 자릿수다. 국내 고객의 고객당 평균 매출(ARPU)은 9000원, 미국은 1만3000원, 일본(라인 망가)은 3만5000원이다. 심지어 최근 인수한 eBook Japan은 4만8000원에 이른다. 네이버나 카카오가 왜 해외 진출에 적극적인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네이버는 현재 마케팅 비용이나, 작가 수수료 등을 낮게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 가입자가 증가하고 이에 비례해 수수료율이나 유료 고객의 절대적인 숫자가 증가하면 광고 및 커머스에 이어 웹툰 사업이 또 다른 수익 모델로 위치를 잡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물론 카카오는 정확한 사업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슷할 것이라고만 추정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플랫폼 기업이지만,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가를 살펴보면 처참하다는 말로도 부족할 지경이다. 네이버 주가는 이달 들어서만 10% 넘게 떨어졌다. 8월 초만 해도 27만원 대에 거래됐던 네이버는 20만원대로 주저앉았다. 카카오 상황도 마찬가지다. 카카오는 지난 14일부터 23일까지 8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6만원이 붕괴됐다.
연일 신저가를 경신하면서. 지난 1년간 무려 시가총액 77조원이 넘게 사라졌고 사실상 ‘개미 무덤’이 되어버린 주식이 되었다. 경기 침체 여파로 광고 시장이 둔화돼 어쩌면 즉각적인 주가의 회복은 당분간 힘들지도 모른다. 공포가 지배중인 시장이고 어느 때보다 길어지는 하락장은 우리 모두의 인내심을 테스트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테크 양대 산맥 두 기업이 광고 및 커머스, 그리고 콘텐츠에서 여전히 발전적 경쟁을 펼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가의 흐름보다도 중요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앞으로 광고는 카카오가 얼마나 네이버의 검색 광고 시장을 잠식할 수 있을지, 그리고 D2C 커머스에서 두 회사가 어떻게 차별화할지, 마지막으로 웹툰·웹소설이 진짜 수익성이 날지 지켜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플랫폼을 너머
미래를 지배할 기업은
과연 어디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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