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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쓸모 있는 이 세상 모든 경제 이야기

네이버의 미래, '물류 : 이커머스'에서 찾는다

by 돌먼 2022. 10. 9.

쿠팡의 제트배송 '로켓'

   

쿠팡에는 마켓플레이스, 로켓배송, 제트배송 등 세 가지 유통 채널이 있다. 그중 마켓플레이스는 지마켓 같은 오픈마켓을 말한다. 로켓배송은 판매물량을 쿠팡이 미리 구입해 창고에 보관해두고 직접 판매하는 방식이고, 제트배송은 판매자가 쿠팡의 물류센터와 관리 시스템을 이용하되 일정 수수료를 지불하는 방식을 말한다.

 

생산자와 판매자를 이어주는 3PL(3자 물류)에서는 고객사에 들어온 모든 주문 물량을 제때 출고시킬 수 있는 ‘생산성’과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더 저렴한 물류비용’이 중요하지만, 풀필먼트(Fulfillment)라고도 말하는 '제트배송'에서는 비용 절감보다 고객사의 매출 증대가 우선이다. 30%대의 수수료를 쿠팡에 지불하면서까지 판매자들이 제트배송을 사용하는 이유는 ‘매출’ 상승에 대한 기대치 때문이다. 물론 물류 불편이 크게 개선되는 것 또한 포함된다.

 

풀필먼트 서비스(Fulfillment Service) : 물류 전문업체가 판매자 대신 주문에 맞춰 제품을 선택하고 포장한 뒤 배송까지 마치는 방식이다. 즉, 주문한 상품이 물류창고를 거쳐 고객에게 배달 완료되기까지의 전 과정(판매 상품의 입고, 보관, 제품 선별, 포장, 배송, 교환·환불서비스 제공 등)을 일괄 처리하는 것이다.

           

            

쿠팡은 판매자의 이런 욕구를 파악해 영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제트배송에 입점하면 몇 달 동안 25~35% 상당인 수수료를 절반으로 할인해준다. 일반 쿠팡 마켓플레이스에 입점하는 것보다 클릭수가 648% 상승하고, 매출은 3~12배까지 증가한다고도 알려져 있다. 일반적인 3PL업체는 독자적인 영업으로 매출을 만들기 어렵지만 고객 전방에서 트래픽을 일으킬 수 있는 ‘플랫폼’의 힘을 빌린다면 매출을 늘리는 것이 가능해진다. 

   

 

쿠팡 로켓와우 구독자라면 ‘로켓’ 필터의 존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900만명이 넘는다는 로켓와우 회원들은 월 구독료 4990원이 아까워서라도 빠른 배송 ‘로켓’ 필터를 걸고 상품을 검색할 것이다. 일반 쿠팡 마켓플레이스로 입점하면 이 '로켓' 필터 적용 시 판매물품이 노출되지 않는다. 노출 권력을 이용한 전략인 것이다.

 

아마존의 경우에도 ‘프라임’ 필터를 통해 3PL 입점 판매자들이 아마존의 풀필먼트 서비스(Fulfillment By Amazon)를 사용하게끔 유도했고 거의 강제사항이라고 할 정도로 성공을 거뒀다.

    

   

    


 

지금까진 물음표... 네이버 '풀필먼트'

 

 

네이버는 물류를 무기로 해마다 치고 올라오는(심지어 최근 성장 추이를 봤을 때 네이버 커머스 거래액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쿠팡’에 대항하고자 지난해 7월 물류 플랫폼 ‘NFA(Naver Fulfillment Alliance)’를 시작했다.

 

NFA는 물류 역량을 갖춘 파트너 업체들의 서비스 견적을 비교해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네이버와 상호 지분을 교환한 CJ대한통운을 비롯해 네이버가 투자한 위킵, 품고(두핸즈), 파스토, 아워박스, 아르고(테크타카), 셀피(브랜디 자회사 아비드), 딜리버드(신상마켓) 등 여러 업체의 견적을 한 번에 조회할 수 있다. 올해 1월부터는 단순 견적 조회 외에도 네이버 판매자 관리 툴에 NFA 물류업체의 시스템을 연동한 물류관리 기능을 추가하기도 했다.

 

NFA는 네이버가 운영하는 마켓플레이스(스마트스토어, 브랜드스토어) 판매자들에게 ‘빠른 물류’를 장착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획됐다. 네이버는 NFA를 통해 네이버쇼핑을 이용하는 고객에게 ‘우리도 이렇게 빠른 배송되는 상품이 많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했다.

 

하지만 초기 NFA의 성과에 대한 파트너 물류기업들의 평가는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NFA 오픈 초기 판매자들의 견적 요청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은 맞지만 이중 대부분은 단순히 견적을 요청하는 데만 그쳤고, 실제 계약 체결까지 이어지는 사례는 그리 많지 않았다. 게다가 견적 요청 문의 응대(해피콜)는 물류기업의 부담으로 작용하여 파트너 사들의 불편도 갈수록 커졌다.

     

   

    


 

네이버 풀필먼트 전략, 왜 안 통했나?

 

  

⒧ 판매자들이 너무 영세하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네이버가 자랑하는 51만개(2022년 6월 기준)의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들 대부분 영세하다는 점이 컸다. 네이버 발표에 따르면 작년 기준 스마트스토어 판매자의 78.8%는 연매출 30억원 이하의 영세 중소 사업자이다.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들이 영세 중소사업자인 것과 빠른 물류 확산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먼저 재고 없이 공급업체의 물류센터에서 상품을 출고하는 구매대행이나 위탁판매 리셀러는 애초에 풀필먼트 서비스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 풀필먼트의 최대 효용은 물류 보관인데, 이들은 보관할 재고가 없으니 말이다.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지만 네이버스토어에 입점한 소상공인의 상당수가 이런 위탁판매⋅구매대행 판매자들이었을 것이다.

 

⑵ 적은 물량 규모

 

또한 사입 재고를 운영하는 사업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물량 규모가 작으면 물류로 이어지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이런 소형 판매자들은 NFA 파트너사들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 일부 NFA 파트너사들은 이들을 걸러내기 위해 풀필먼트 ‘최소 물량’ 기준을 요구하기도 했다. 당연히 소형 판매자들은 이를 맞출 수 없다. 설령 적은 물량으로도 사용이 가능한 풀필먼트업체를 찾는다 할지라도 생각보다 높은 단가에 실제 계약은 쉽지 않다.

   

 

          


 

네이버가 네이버 했다

'빛이 깃드는 NFA'

      

  

하지만 그대로 손 놓고 있을 네이버가 아니다. 네이버는 지난해 7월 NFA 론칭 초기와는 달리 견적 요청 건수는 많이 줄었지만, 실제 계약되는 ‘유의미한’ 건수는 오히려 늘어났다고 밝혔다.

 

1년 사이 이렇게 달라진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 원인을 최근 네이버의 정책 변화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네이버 풀필먼트가 쿠팡처럼 ‘매출’을 강조하기 시작한 것이다.

 

 NFA의 진짜 강점, NFA를 진짜 해야 하는 이유는
NFA는 매출을 이끌어내기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NFA 이용 판매자가 되면 판매량 증가와 물류비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습니다.

- 최철영 네이버 NFA 운영 담당자 -

     

     

        


 

'매출 증대' 어떻게 가능한가?

 

⒧ 주문 마감시간 연장으로 빠른 배송 가능

 

NFA는 쿠팡 로켓배송 수준의 ‘익일배송’을 만드는 서비스이다. 물류센터에 재고 상품을 선입고하여 오후 6시~최대 자정(24시)까지 주문 마감 시간을 늦출 수 있다. 즉 판매자들은 NFA를 이용함으로써 종전에는 ‘주문 마감 시간’ 이슈로 사실상 주문이 들어온 다음날 출고할 수밖에 없었던 주문들을 더욱 빠른 배송으로 보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네이버가 밝힌 스마트스토어 주문 데이터에 따르면 오후 6시부터 밤 12시까지 들어오는 주문이 하루 주문의 약 40%를 차지한다고 한다. 결국 가장 많은 주문이 들어오는 이 시간대에 ‘빠른 배송’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더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게 네이버의 전략이다.

    

 

⑵ 플랫폼의 권력 필터와 뱃지 기능 적용

 

사실 ‘주문 마감 시간’ 연장은 굳이 판매자가 NFA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규모를 기반으로 한 택배사와 협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이슈다. 요즘 택배사들이 앞 다퉈 자정 마감 시간의 풀필먼트 서비스를 론칭했는데, 그것을 사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네이버엔 또 다른 전략이 있다. 드디어 네이버가 쿠팡의 ‘로켓배송’ 뱃지와 같은 시스템을 네이버에 구현한 것이다. 네이버는 지난 4월 ‘내일도착’ 필터를 네이버쇼핑 검색 결과에 추가하여 적용했다. 그 이전에는 ‘오늘출발’ 필터를 이미 적용하여 운영하고 있었다.

 

‘오늘출발’ 필터 : 판매자들이 자유롭게 주문 마감시간과 휴무일을 고려하여 오늘출발 기준시간을 판매자 관리 툴에서 설정 가능한 기능이다

 

여기서 ‘내일도착’ 필터는 사실상 쿠팡의 ‘로켓’ 필터와 같은 기능을 한다. 내일도착은 당일 24시 주문 마감 여부와 익일 배송률 등 네이버가 요구하는 제반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붙일 수 있는 뱃지다. 

 

언젠가부터 네이버쇼핑 검색결과에 초록색 ‘내일도착’과 ‘오늘출발’ 딱지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소비자에게는 빠른 물류의 노출을 가시화하고, 뒷단에서는 네이버가 쿠팡스러운 매출 증대 물류 영업을 개시한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결정적으로 ‘내일도착’과 ‘오늘출발’은 판매자들이 기를 쓰고 끌어올리려고 하는 플랫폼 ‘상위 노출’에 영향을 준다. 네이버도 직접 그 영향을 이야기하면서 판매자를 끌어오고 있다. 상품 상세 페이지에서도 관련 뱃지는 고객에게 노출되는데, 이를 통해 고객의 구매 유인을 확실히 늘릴 수 있다는 것이 네이버의 설명이다.

 

NFA를 써야만 뱃지와 노출 보정을 받을 수 있고, 이를 통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건 판매자들에게 큰 유인이 된다. 종전 사용하던 물류시스템을 바꾸는 수고로움을 감수하더라도 한 번쯤 도전해볼 만한 것이 되었다. 기존 물류만 하는 물류기업은 만들지 못하는, 네이버니까 만들 수 있는 노출 권력의 가치가 NFA에 더해진 것이다.

 

        

          


 

또 하나의 승부수

'브랜드 스토어'

     

  

한편 네이버는 빠른 물류의 효율적인 확대를 위해서 브랜드스토어를 강화하고 있다. 앞서 이야기했듯 영세한 소상공인들은 여러 이유로 빠른 물류를 확장하는 데 제약이 있다. 더군다나 리셀러 특성상 상품과 가격 경쟁력도 브랜드에 비해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아마존이 과거 상품 품목 확장을 위해 리셀러를 이용하다 최근 브랜드 유입을 강화하는 추세로 옮겨갔듯 네이버도 동일한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브랜드스토어는 상품과 가격 측면의 우위 확보뿐만 아니라 빠른 물류 확장 측면에서도 용이하다. 이미 규모화 된 브랜드 업체가 운영하기 때문에 충분한 물동량이 확보되어 있다. 이는 NFA 파트너 물류업체 입장에서 돈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NFA 파트너 업체들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브랜드스토어를 강화하는 네이버의 행보는 최근 숫자에서도 드러난다. 지금까지 네이버 커머스 포트폴리오의 중심이자, 폭발적 성장세를 이끌었던 스마트스토어는 지난 2분기 기준 거래액 규모가 직전 분기 대비 정체된 수준을 기록했다. 스마트스토어 판매자 증가세도 확실히 주춤해진 모습이다.

 

반면, 브랜드스토어의 2분기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86%, 전분기 대비 8.9% 성장하며 높은 기세를 유지하고 있다. 아직까지 브랜드스토어 거래액 규모( 7300억원)는 네이버쇼핑의 전체 거래액 규모 36조원(추산 데이터)과 비교하면 미미하다 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그 증가속도는 분명 의미가 있다.

 

브랜드스토어 입점 업체(2분기 기준 965개로 전분기 대비 190개 증가)의 숫자를 본다면, 앞으로 이 비중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네이버가 예전부터 강조했던, 성장한 스마트스토어 판매자가 브랜드스토어에 새로 입점하는 순환 구조를 만든다면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과연 네이버는 쿠팡의 물류 침공에 성공적인 방어전을 펼칠 수 있을까? 현재까지 실적만 본다면 분명 쿠팡이 네이버의 비교 우위에 있다고 보인다.

 

하지만 네이버는 풀필먼트에 사활을 걸고 있고, 이는 변화를 만들고 있으며 또 그 성장세가 아주 매섭다. 앞으로 네이버쇼핑에 녹아들 ‘내일도착’, ‘오늘출발’ 뱃지가 얼마나 많이 확산될지 그 변화를 함께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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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로 주문한 상품이
정말 내일 도착한다면


쿠팡 어플을 실행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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