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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Shohei Ohtani)는 어떤 선수인가

by 돌먼 2022. 5. 14.

2018년 4월 3일은 메이저리그의 한 일본인 투수가 선발 투수로 등판에 승리투수가 되었고
다음날 이 투수가 홈런을 치자 '97년 만에 베이브 루스가 환생했다'며 미국 전역이 들썩거렸다.

바로 투타겸업 '이도류(二刀流)', '화를 고 나온 자' 오타니 쇼헤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1994년 일본 이와테현에서 사회인 야구 출신인 아버지와 배드민턴 선수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오타니는 타고난 신체조건과 탁월한 야구 센스로, 어릴 적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야구를 처음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3학년. 당시에도 빠른 공을 뿌렸다. 그의 강속구에 겁먹은 포수가 공을 잡지 않고 피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이미 최고 구속 110㎞를 찍었다.

그가 롤모델로 삼은 선수는 기쿠치 유세이(27·세이부 라이온즈)다. 기쿠치는 2009년 드래프트에서 일본 프로야구 6개 구단으로부터 1순위 지명을 받은 끝에 세이부가 교섭권을 획득, 입단한 초고교급 좌완 투수다. 오타니가 하나마키히가시 고교에 진학한 것도 기쿠치가 이 학교 출신이었다는 이유에서였다.

오타니는 이미 그때부터 ‘일본 최고가 된다’ ‘일본에서 가장 빠른 시속 163㎞의 공을 던진다’ ‘드래프트에서 기쿠치를 뛰어넘는 8개 구단으로부터 1순위 지명을 받는 선수가 된다’는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놓고 야구에 매진했다.
이미 고교 1학년 때 최고구속 147㎞를 찍은 오타니는 2학년에 올라 151㎞를 기록하더니, 3학년 여름 전국 야구 선수권대회 이와테현 예선에서는 아마추어 야구 사상 처음으로 160㎞의 강속구를 던지는 기염을 토했다.

 

 


 

미국과 일본의 프로야구 각 구단으로부터 주목을 받은 오타니는 당초 메이저리그 진출을 꿈꿨으나, 그를 1순위로 지명해 우선교섭권을 딴 닛폰햄 파이터스의 끈질긴 설득 끝에 일본 리그에 잔류했다. 계약금 1억 엔에 성과급 5000만 엔, 연봉 1500만 엔(추정치)에 계약한 오타니는 닛폰햄에서 뛰다 미국에 진출한 선배 다르빗슈 유의 등번호 ‘11’ 번을 물려받는 등 큰 기대를 모았다. 그는 그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데뷔 첫 해인 2013년 투수와 타자로 출전한 오타니의 ‘이도류’가 진가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이듬해부터였다.

2014년 투수로 출장해 11승4패, 평균자책점 2.61의 성적을 거뒀고 타자로도 10개의 홈런(타율 0.274)을 때려 일본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두 자릿수 승리와 두 자릿수 홈런’의 위업을 달성했다. 2015년에는 최다승(15승 5패)과 최고 승률(0.750), 최저 평균자책점(2.24) 등 투수 3개 부문에서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 해 WHIP(이닝당 출루 허용)은 0.91밖에 되지 않았다. 한 이닝에 채 1명의 주자도 누상에 내보내지 않았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괴물’ 같은 활약을 펼쳤다.

괴물의 진화는 멈추지 않았다. 다음해에는 일본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두 자릿수 승리(10승 4패)에 100안타·20 홈런 이상(104안타·22 홈런)을 달성해 닛폰햄이 정상에 오르는 데 커다란 기여를 했다. 투수와 타자로서 베스트나인에 이름을 올렸을 뿐만 아니라 그해 최우수선수(MVP)에 뽑힌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닛폰햄에서 5시즌 동안 통산 42승 15패, 평균자책점 2.52를 기록했고, 타자로서도 타율 0.286에 48 홈런을 기록했다.

 



그렇게 일본 프로야구 무대를 평정한 오타니는 우여곡절 끝에 2018시즌 메이저리그 LA 에인절스에 입단했다. 당시 자신을 영입하고자 하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에게 자신을 왜 영입해야 하는지 보고서를 요구해 화제가 되기도 했던 그는 연습경기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마이너행 설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개막 이후 2018년 4월 3일 투수로서 첫 메이저리그 승리를 올렸고 그 이후 3경기 연속 홈런을 터뜨리며 모든 우려를 불식시켰다.

그리고 이어진 2018년 4월 9일, 투수로 다시 등판하여 시즌 2승째를 거두었는데 이날 열린 LA에인절스 홈경기에는 선발투수 오타니를 보기 위해 무려 4만 4742명의 관중이 들어찼다. 이는 1998년 구장 리뉴얼 이후 최다 관객이다.

오타니는 이날 홈팬들 앞에서 7이닝 12 탈삼진 1피 안타 무실점 완벽투를 펼쳤다.

LA 타임스는 "이날 개막전보다도 많은 관중들이 몰리는 탓에 경기장 주변 교통체증이 엄청났다. 통상 경기 시작 3시간 전에 출근하던 선수들은 더 일찍 나왔다. 20년 전 구장 크기를 줄인 이후 역대 최다 관객"이라고 전했다.

야구천재의 등장을 알린 오타니의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은 투수로 10경기에 나서 4승 2패 방어율 3.31로 활약했고, 타자로는 114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5, 22 홈런, 61타점을 올리며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모든 영웅들의 성장기가 그러하듯 꽃길만 걸을 것 같던 오타니에게도 청천벽력 같은 시련이 찾아오고 있었다. 투타겸업 '이도류'를 계속 유지하는 와중에 실제론 빠르게 체력이 소모되면서 몸이 혹사되고 있었던 것이다.그 결과 오타니는 2018년 시즌 도중 인대 부상으로 시즌 내 투수 활동을 중단했으며, 시즌 종료 직후 토미 존 수술을 받아, 앞으로의 포지션도 불분명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어진 2019년 시즌도 부상의 여파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지명타자로만 뛰게 되었고 주전보다는 대타로 출장하는 경기가 점차 늘어나고 있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무릎에도 이상이 생기게 되었고 결국 오타니는 2019년 9월 무릎 수술을 받게 되면서 시즌을 조기 마감하게 된다. 이 당시 상황에 대해서 구단은 “일반적으로는 무릎 슬개골은 하나로 이뤄져 있다. 그런데 오타니는 슬개골이 두 개로 나뉘어 있다. 본인은 무릎 통증으로 결정한 적이 없지만 구단은 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2020년 시즌에는 토미 존 수술 이후 2년 간의 재활 끝에 다시 투타겸업에 복귀했지만, 단 2경기 등판 후 다시 부상자 명단(IL)에 오르게 되었고, 2020년 또한 투수를 포기하게 되면서 점점 투타겸업에서 멀어졌다. 특히, 코로나 19 펜데믹 영향으로 인해 단축시즌(60경기)으로 치러지던 중에 6주라는 장기간 부상을 진단받기도 하면서 일부 매체나 팬들은 이제는 '이도류'를 포기하고 한쪽에 집중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메이저리그 데뷔 1년 차와 2년 차 모두 수술대에 올랐던 데다 3년 차 역시 부상의 여파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오타니 개인에게도 매우 힘든 시기였을 테지만 '유리몸'이 아니냐라는 내구성 논란도 불거졌다.

그럼에도 오타니는 이 시기에 더 완전한 몸상태로 돌아가기 위한 회복에 주력했고, 그 덕분에 이 시련이 더욱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게 하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찾아온 2021년, 마침내 오타니는 세간의 혹평을 뒤집고 본인의 투 웨이가 제대로 가동되면 얼마나 파괴적인 위력을 보이는지 개인 성적으로 증명했다.

지난 3년의 시행착오 끝에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투타겸업은 유지하면서도 투수보다는 타자 비중을 대폭 늘리는 방식으로 시즌을 소화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투수 비중을 줄여 등판 간격을 이전보다 길고 유동적으로 가진 덕에 지명타자로 풀타임 출장하면서도 투수로서의 파이어볼러 다운 위력은 유지할 수 있었고 이는 자연스럽게 좋은 기록으로 이어졌다.

후반기까지 투타겸업으로 풀시즌을 소화하며, 타자로는 46 홈런 26 도루 출루율. 372 장타율. 592 OPS. 965에 투수로도 9승 2패 ERA 3.18 WHIP 1.09라는 호성적과 더불어 메이저리그 단일 시즌 역사상 최초의 퀸튜플 100(130이닝-156 탈삼진-138안타-100타점-103 득점)이라는 유례없는 진기록을 달성하면서 야구계에 엄청난 임팩트를 주었다.

물론 타자 성적, 투수 성적을 각각 떼어놓고 보면 어느 쪽이든 리그 최고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두가지 분야에서 동시에 올스타급 수준의 활약을 보여줌으로써 메이저리그에서도 투타겸업이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그야말로 역사적인 시즌을 만들어냈다.

 


2021년 11월,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 투표에서 오타니가 AL 1위 표 30표를 독식하면서 2위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를 크게 압도하였고 아시아 출신 역대 최초로 메이저 리그 MVP에 만장일치 선정되었다. 이는 2015년 브라이스 하퍼 이후 6년 만에 만장일치 MVP이자, 1931년 이후 AL 역대 11번째 만장일치 MVP이다. 또한 2001년 스즈키 이치로 이후 20년 만에 일본인 MVP이며, 베이브 루스 이후 사상 두 번째 투타겸업 선수의 MVP 수상이기도 하다.


올해 '22년 시즌에서도 오타니는 MVP 후보이다. 메이저리그 공식 사이트(MLB.COM) 소속 기자 64명에게 '22.5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오타니는 올해 MVP 후보 랭킹 4위에 올랐다.

오타니는 올 시즌 타석에서는 32경기에서 타율 2할 5푼 8리 6 홈런 21타점, 출루율. 317, 장타율. 445, OPS. 762를 기록 중이며, 투수로는 6경기 등판해 3승 2패, 평균자책점 2.78을 기록하고 있다.

* 아메리칸리그 1위는 LA 에인절스 간판타자 마이크 트라웃이다. 트라웃은 28경기에서 타율 3할 3푼 7리, 9 홈런, 19타점, 출루율. 462, 장타율. 726, OPS 1.188을 기록 중이다. OPS 전체 1위, 장타율 1위, 출루율 1위, 타율 6위, 홈런 공동 2위에 있다.

 


올해도 작년의 활약을 넘어 메이저리그를 제패할지 정말 기대가 된다.

오타니는 MLB 역사상 베이브 루스 이후 가장 성공적인 투타겸업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로서, 현대판 베이브 루스로도 불리고 있다. 오타니가 베이브 루스 이후 유일무이한 투타겹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2020년 MLB 사무국이 발표한 정식 기준에 의하면 오타니 전에도 투타겹업은 있었다. 하지만 또 '제대로 된 투타겸업 선수'라고 하면 베이스 루스를 포함해도 야구 역사상 오타니가 유일하다.

100마일 이상의 직구를 아무렇지도 않게 뿌리고,
타석에서는 타구를 너무나도 편안하게 담장 밖으로 날려 보낸다.

일본 야구만화 메이저의 주인공 '시게노 고로'와 H2의 주인공 '히로'가
손잡고 같이 만화를 찢고 나와도 오타니 앞에서는 한 수 접어야 할 분위기이다.

북극곰은 사람을 찢는데, 오타니는 만화를 찢어요


여하튼 앞으로도 비현실적인 활약을 통해 계속해서 전 세계를 놀라게 해 주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며, 국적을 떠나 한 사람의 스포츠 팬으로서 만찢남 '오타니'를 맘속 깊이 응원하겠다.

부디 건강하게 오랫동안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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