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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 파이터' 중앙은행의 물가와의 전쟁

by 돌먼 2022. 7. 11.

중앙은행이 왜

'인플레 파이터'인가



인플레이션은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을 뜻한다. 그리고 디플레이션은 반대로 물가가 하락하는 현상을 말한다.

한편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을 물가가 아닌 화폐의 관점에서 이야기해보면 이렇다. 물가가 오른다는 것은 뒤집어 보면 화폐가치가 하락하는 것이다. 빵을 천원에 살 수 있었는데, 이제 만원에 사야 하는 것이다. 이건 빵의 가격이 오른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화폐의 가치가 떨어져서 천개의 원화가 아닌 만개의 원화를 줘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인플레이션은 '물가가 오른다'라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화폐가치가 하락한다'라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반대로 디플레이션은 '물가가 하락한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화폐가치가 상승한다'라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특히, 과도한 인플레이션은 물가 자체를 끌어올리면서 소비를 위축시키며, 과도한 물건 가격 상승과 과도한 화폐가치 하락으로 인해 경제 전반의 성장을 저해하고 시장의 '신뢰'를 무너지게 할 수도 있다. 그래서 극단적으로는 자본주의의 붕괴를 초래할 수도 있는 문제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각국 중앙은행의 1차적인 목표가 바로 물가의 안정, 다시 말해 화폐가치의 안정인 것이다. 물가가 크게 상승하는 시기에 중앙은행은 시장의 유동성을 흡수하여 화폐의 유통량을 조절하고자 한다. 그리고 시장의 유동성을 조절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중앙은행의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이라 하겠다.

              

 

           

 


 

중앙은행의 목표는

'디플레이션?"



화폐가치가 그렇게 중요하다면, 중앙은행은 디플레이션의 경제상황을 바람직하다고 보는 것일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디플레이션은 물가가 하락한다는 말이면서 화폐의 가치가 오른다는 것을 뜻한다.

디플레이션 상황에서 화폐가치는 상승하게 되고, 소비자들 입장에서도 물가가 하락하게 되면 물건을 싸게 살 수 있어 부담이 줄어든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에 디플레이션인 경제상태가 굉장히 바람직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디플레이션인 경제 상황을 인플레이션 만큼이나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경계한다.

    

     
디플레이션 상황에서 물가가 하락하면 소비자들에게 좋은 영향만 줄 것 같지만 경제 전반적으로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물가가 하락하게 되면 사람들은 물가가 계속해서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로 지금 물건을 사지 않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시간이 지나 당초 기대했던 수준까지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사람들이 물건을 사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금 더 기다리면 계속해서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그럼 시장 전체의 소비가 사라지게 되는데, 소비가 위축되면 기업들도 더이상 이익을 내기 힘들어지고 제품 생산을 위한 투자를 줄이게 된다. 자연스럽게 고용이 줄고 실업률은 상승하여 사람들의 소득을 감소시킨다. 결국 줄어든 소득으로 인해 추가적인 소비의 위축이 발생하게 됨으로써 경제상황은 악순환의 고리에 접어들게 된다.

다시 말하지만 중앙은행은 '디플레이션'의 상황 역시 결코 원하지 않는다.

                

 


 

중앙은행의 궁극적인 목표는?


중앙은행은 물가의 상승으로 인해 화폐가치가 불안정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반대로 물가가 하락하면서 경제 전반을 크게 위축시키는 것 역시 원하지 않는다.

미 연준(Fed)이나 한국은행 모두 연 2% 수준의 인플레이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안정적인 수준의 인플레이션은 사람들에게 '물가가 조금씩 오르니까 여력이 된다면 조금 더 물건을 사자'라는 기대 심리를 주기 때문에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다.

즉 너무 강한 인플레이션 또는 디플레이션은 경계하면서 적정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마법의 금리, '중립금리'


그리고 이러한 시장의 균형 상태를 가능하게 해주는 마법의 금리를 우리는 '중립금리'라고 부른다.

중립금리는 경기를 과열시키지도 냉각시키지도 않는 수준의 금리를 말한다. 기준금리를 중립금리보다 너무 많이 올리면 경기가 급격히 둔화할 가능성이 높고, 너무 적게 올리면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없다. 이론상으론 중립금리만큼만 정확히 금리를 올리면 인플레이션과 경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문제는 중립금리는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없고, 사후적으로만 측정 가능하다는 점이다. 중립금리는 실질성장률과 잠재성장률(과열 없이 달성 가능한 성장률)의 차이인 ‘GDP 갭’ 등 지표를 통해 가늠할 수밖에 없는데, 시장에서는 대체로 미국의 중립금리가 3% 내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장은 현재 1.501.75%(미국 기준)인 기준금리가 내년 중반 3.0~3.25%까지 상승하며 금리 인상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는데, 중립금리가 3% 내외라면 경기에 큰 부담이 없어 연착륙이 가능하다.

반면 중립금리가 연준이 제시한 범위의 하단인 2% 정도라면 현재의 금리 인상 스케줄은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인플레이션은 어느 정도 잡히겠지만, 과도한 긴축으로 불시착이 현실화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어디쯤 와있고

또 어떻게 해야하는가?

                  



40년 만에 가장 강력한 인플레이션을 경험하면서 우리의 한은 역시 양립하기 힘든 주제를 두고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물가상승을 억제하지 못할 경우 ①통화가치 하락(시스템 붕괴)이라는 위험을 맞이할 수 있으며, 그렇다고 금리를 급격하게 인상할 경우, ②금리 상승이 불러올 소비 위축과 경기 타격이라는 재앙을 겪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단기로는 매파, 중장기로는 비둘기파가 되고 싶다는 코멘트를 한 바 있다. 중장기적으로 한국 경제는 향후에도 많은 저성장의 암초를 만날 수 있다. 이때는 강한 경기 부양이 필요한데 인플레이션이 고착화해 있다면 과감한 경기 부양 시기마다 물가가 급등하면서 그런 부양책의 부작용이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


지금 매파적인 스탠스를 갖추고 인플레이션을 제압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해서 인플레이션의 고착화를 막는다면 이후의 금리 인하 등의 부양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적시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각국의 통화정책 방향은 한마디로 인플레이션과 성장, 그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될 것이다. 우리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과도한 낙관론도 경계하면서도 그에 못지않게 과도한 우려도 경계해야 한다.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 한국은행의 역할이 막중하다. 정확한 판단과 신속하고도 효과적인 통화정책 운용으로 국민에게 물가 안정의 신뢰를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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