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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쓸모 있는 이 세상 모든 경제 이야기

경기침체(Recession) "R의 공포" 현실화 되나

by 돌먼 2022. 6. 25.

경기침체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22일(현지시간)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경기 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을 공식 인정했다. 그동안 금리를 올려도 미국 경제가 침체를 겪지 않을 것이라는 ‘경기 연착륙론’을 펼쳤던 그가 처음으로 침체가 일어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파월 의장은 이날 미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해 ‘기준금리 인상으로 침체(recession)가 일어날 수 있냐’는 질문에 “확실히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이어 “미국 경제는 매우 강력하고 고강도 긴축을 견딜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의도한 결과는 아니지만 (침체) 가능성은 있고 연착륙은 매우 도전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동안 파월 의장은 미국이 약한 경기 하강 정도만 겪을 것이라는 ‘연착륙(soft landing)’이나 ‘준(準) 연착륙(softish landing)’을 주장했다. 그랬던 그가 이날 공식적으로 경기 침체 가능성을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다.

 

경기침체(Recession)란 무엇인가?

                  

경기침체는 경기 순환의 여러 국면에서 경기가 하락하는 상태, 즉 경제 활동의 전반적인 감소로 나타나는 경제 활동 위축을 말하며, 경기후퇴라고도 한다.

경기침체가 지속되어 경제의 전반적 상태가 나빠진 것을 불황(不況)이라고 하며, 불황이 보다 큰 규모로 오래 지속되면 공황 상태로 진입할 수도 있다.
                              
미 경제가 침체에 빠졌는지에 대한 공식 판단은 전미경제연구소(NBER) 산하 경기판단위원회(ECDC)가 내린다. 위원회는 산업생산과 재고, 소비·고용 등을 종합 판단해 ‘경기가 정점을 지나(장기 트렌드를 밑도는) 저점을 향해 하강하는 국면’을 침체로 본다.

하지만 위원회의 판정은 실제 시점으로 부터 6~8개월이 지나서 후행적으로 발표되기 때문에 경제상황 대응을 위한 지표로는 다소 부적절하다.

보다 시의성 있는 판단기준이 필요했던 전문가들은 과거 경기침체 기간에 나타난 현상을 분석해 공통적인 속성을 하나 발견했다. 적어도 2분기 연속 경제(GDP)가 마이너스 성장했다는 사실이다.

                            

(TMI ZONE) 실제 경기침체기였던 2001년 1~3분기 미 성장률은 -0.2~-1.2%(연율)였다.


이에 따라 분기 성장률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경기침체가 발생한 것으로 본다.

                            

 

 

경기침체가 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지나?

 

                      

경기침체

 

경기침체가 오면 경제주체들의 고통이 본격화된다. 경제 전반의 생산과 소비가 얼어붙고 일자리는 줄어든다. 줄어든 일자리로 인해 개인의 소득도 줄게 되며,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가격도 급속히 떨어진다.

                  

(TMI ZONE) 2001년과 1991년 침체기간에 각각 190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침체가 두 번 겹쳤던 80년대 초반에는 380만 명이 직장에서 쫓겨났다. 실업률이 7~8% 선에 육박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현재 미 실업률은 5%선이다. 최근 침체기였던 2001년 3월 말~11월 새 8개월 동안 4개월 정도 소득이 감소했다.

                  

너도 나도
우리 모두 다
힘들어지는 것이야...

 

               

지금의 상황은 어떻게 봐야 하는가?

                        
경기침체의 원인은 다양할 수 있지만, 지금의 경제상황에서는 ‘I(Inflation·물가 상승)’의 공포가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가 되는 모습니다.

이른바, "펜데믹 머니"라는 이름으로 코로나19 이후 집행된 유례없는 돈 풀기로 우리는 최근 2~3년간 모든 자산의 가격이 상승하는 "에브리씽 랠리(Everything Rally)"를 경험했다.

실물경제는 회복되지 않았는데 유동성 공급으로 풀린 자금이 부동산·주식·비트코인 등으로 흘러가 자산 가격을 끌어올렸다. 여기에 곡물·원유·목재·철강 등 주요 원자재 가격까지 고공행진 중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이달 초 발간한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8.8%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지난 1988년 9.8% 이후 34년 만의 최고치다. 불과 반년 전인 지난해 12월 전망치 4.4%보다 2배 높아진 수치다. 인플레이션 정점이 확인됐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견해가 무색할 정도로 물가 상승은 더욱 가팔라지고 있는 양상이다.

물가상승을 오래 방치하면 많은 사람이 고물가로 고통을 겪을 뿐 아니라 부동산과 금융시장에 버블이 발생할 수 있고, 이는 곧 국가경제 시스템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결국 각국 중앙은행은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하여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게 됐다. 실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P) 올리는 일명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하지만 물가상승 억제를 위한 이러한 중앙은행의 조치는 "자동차의 브레이크"와도 같아서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강도로 밟지 않으면 "경제라는 자동차"가 사고가 나거나 멈춰버리는 위험에 빠지게 된다.

잘못된 판단으로 금리를 너무 빨리 올리면 물가 안정에는 별로 효과가 없고 실물 경기를 크게 위축(경기침체) 시킬 수 있다.

문제는 연준이 과연 수위 조절을 잘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인플레이션 전망에 실패해 물가상승률 통제에 실패하게 되면서 연준이 금리를 가파르게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금리 인상으로 물가 안정을 이룬다고 해도 그 대가로 경기침체를 겪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로 몇몇 전문가들은 이미 자산 및 신용시장의 거품이 이미 터지고 있기 때문에 연준의 강한 긴축 전환이 경기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래도 믿을 건, 인플레 파이터 "중앙은행"

 

중앙은행이 효과적으로 통화정책을 시행하려면 경제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예측해야 한다. 경기가 어떤 시점에 있는지, 물가가 왜 오르는지, 앞으로 얼마나 지속될지를 알아야 한다. 금리 인상이 물가 안정에 미치는 효과와 실물 경기와 자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

잘못된 판단으로 금리를 너무 빨리 올리면 물가 안정에는 별로 효과가 없고 실물 경기를 크게 위축시키게 되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반면에 물가상승을 오래 방치하면 많은 사람이 고물가로 고통을 겪을 뿐 아니라 부동산과 금융시장에 버블이 발생할 수 있다.

중앙은행은 민간의 기대인플레이션율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물가가 계속 오를 것으로 생각하는 심리가 커지면 기업은 생산물의 가격을 미리 올리고 노동자는 예상되는 물가상승률에 맞춘 임금 인상을 요구한다.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실제 물가를 올리고,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따라서 높아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에너지와 곡물 가격 상승에 연준의 금리 인상이 겹치면서 한국경제도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5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5.4%로 2008년 이후 최고이다. 생필품 가격이 많이 오르면서 서민들의 고통이 크다. 당분간 물가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점점 상승하고 있다.

물가를 안정시키고 일자리와 소득을 늘리고 경제가 지속해서 성장하도록 해야 한다.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 한국은행의 역할이 막중하다. 정확한 판단과 신속하고도 효과적인 통화정책 운용으로 국민에게 물가 안정의 신뢰를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창용

 

글로벌 물가 상승 압력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의
중앙은행 본연의 역할이 다시금 중요해지고 있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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