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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쓸모 있는 이 세상 모든 경제 이야기

인플레이션(Inflation)은 어떻게 위험이 되는가

by 돌먼 2022. 6. 29.

인플레이션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높은 인플레이션에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p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며 과감한 긴축정책을 펼쳤다.

현지시간으로 15일 미 연준은 이틀 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준금리를 0.75%p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현행 0.75~1.00%에서 1.50~1.75% 수준으로 크게 올랐다.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을 밟은 것은 지난 1994년 이후 처음이다. 앞서 연준은 2020년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금리를 제로금리까지 낮췄다가 2년 만인 지난 3월 금리를 0.25%p 올리고, 이후 지난달 22년 만에 0.5%p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한 바 있다.

연준의 자이언트스텝 결정에는 여전히 상승 중인 인플레이션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6%로 치솟았다. 미 연준의 금리안정목표 2%를 네 배 이상 추월한 수준이다.

연준은 지속된 인플레이션 압력에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하향 조정했다.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경우 3월 2.8%에서 1.7%로 내년은 2.2%에서 1.7%로 조정했다. 2024년에도 1.9%로 1%대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FOMC는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상승하고 있으며, 이는 대유행과 관련된 수급 불균형, 높은 에너지 가격, 그리고 더 넓은 가격 압력을 반영한다"면서 "위원회는 인플레이션을 2%의 목표로 되돌리는데 강력히 헌신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 위험에 매우 주의를 기울인다"고 우려했다.

         

인플레이션

           

한 세대 내에서 경험하지 못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유발할 수 있을 것이다

- 래리 서머스 미 재무장관 -

                         

       
유례가 없는 유동성 파티, 그리고 인플레이션



최근 세계경제의 화두는 인플레이션이다.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생산자물가는 전년대비 무려 9.7% 상승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렇게 급격한 물가상승이 일어난 이유는 무엇보다 코로나19 이후 미국을 주축으로 한 대규모 유동성 공급이 원인이다. 세계적인 팬데믹으로 실물경제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자 미국은 다시 한번 시장에 달러를 살포해 침체된 경기를 살리고자 한 것이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5년간 양적완화로 푼 돈보다 훨씬 많은 자금을 2020년 한해에 풀었다. 그동안 겪어보지 않은 위기에 그동안 시도하지 않은 유동성 공급으로 대응한 것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일본, 한국 등 주요 국가들도 유동성 공급에 동참했다.

                      

팬데믹 머니

                                 

2020년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화폐 실험 단행 : 펜데믹 머니

연일 미국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는 가운데 2020년 3월 23일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에서는 긴급하게 한 장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는 "미국 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사용하겠다"라고 적혀있었다. 미국은 끝도 없이 추락하는 경제를 막기 위해 무제한 양적 완화라는 전대미문의 실험을 시작했다.

이후 현재까지 전 세계에 풀린 돈의 액수는 무려 86조 달러(10경 3,200조원), 바이러스 발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유례없는 돈 풀기가 벌어졌다.

 


유례가 없는 규모의 유동성 공급으로 풀린 자금이 부동산·주식·비트코인 등으로 흘러가 자산가격을 끌어올렸다. 여기에 곡물·원유·목재·철강 등 주요 원자재 가격까지 고공행진 중이다. 실물경제는 회복되지 않았는데 유동성이 모든 자산의 가격을 밀어 올리는 말 그대로 ‘에브리씽 랠리(Everything rally)’ 상황이다.

                                

      
결국 연준이 칼을 빼들었다. 일시적 인플레이션 관점을 폐기하고 적극적인 유동성 회수로 방향을 선회했다. 세 차례 이상의 금리 인상을 시사했고, 양적완화 종료에 그치지 않고 양적 긴축을 예고했다. 양적 긴축은 중앙은행이 매입한 자산을 시장에 매각해 적극적으로 유동성을 회수하는 전략이다. 예상보다 빠르고 강도 높은 유동성 회수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최고가를 경신하던 미국 주가는 크게 하락했고, 코스피도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인플레이션은 얼마나 위험한가?

 

금리인상



이전에는 7~12달러로
점심을 해결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15달러 이하로는
괜찮은 점심을 절대 먹을 수 없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인건비·원자재값 등 원가가 상승하면 기업의 이익이 줄고, 금리가 상승하여 이자 부담이 늘어난다. 임금 인상을 주저하고, 채용도 줄이게 될 것이다. 실업자가 길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노사 분규가 빈발하는 등 사회혼란도 가중된다. 70년대 인플레이션경기침체가 동시에 발생하며 전 세계를 휩쓴 스태그플레이션이 재현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는 물가 안정이라는 중대 과제를 맡은 중앙은행에는 악몽 같은 시나리오가 될 수밖에 없다. 인플레이션을 끌어내리려다 자칫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인플레이션은 공급망, 원자재 가격 등 Fed가 컨트롤할 수 없는 영역에서도 벌어지고 있으며, 현재 경제학자들은 초인플레이션이 한 번 발생한 이후 정상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과거 폴 볼커 전 Fed 의장 역시 통화 긴축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잡는 과정에서 더블딥을 막지 못했다.

                                

                  

(TMI ZONE) 불황에 빠졌던 경기가 단기간(1~2 분기) 회복했다 다시 불황에 빠지는 상태로 W-자형의 불황을 의미한다. 실질 GDP 성장률로 측정한 경기가 2중(double)으로 가라앉는(dip) 것이다.

                                    

                     
높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으로 나타난다면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없겠지만 장기화가 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시장의 왜곡을 일으키고 더 큰 변동성을 가져올 것이다. 또한 인플레이션은 불확실성을 만들고, 불확실성은 회사들이 장기적 투자를 하는 데 망설이게 한다.

                           

인플레이션은 호리병 속의 지니와 같다.
병 안에 있는 한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한 번 병 밖으로 빠져나오면
통제하기 어렵다.

정부와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에
아주 제한된 통제력을 갖지만,

기업, 고용주, 근로자 등의 마음가짐에는
인플레이션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 애즈워스 다모다란 -
(뉴욕대 스턴 경영대학원 교수)

                



인플레이션 시대,
우리는 어떻게 시장을 바라봐야 하는가?

                      

우리는 40년 만에 가장 강력한 인플레이션과 대면하고 있다. 하지만 중앙은행들의 빠른 기준금리 인상기조가 실물 경기의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 또한 상존하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 이사들은 여전히 매파적인 코멘트를 이어가고 있다. 경기 침체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지만 물가를 잡기 위해 일정 수준의 실업률 상승은 용인하겠다는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다.

파월 의장은 1980년대 인플레이션을 제압했던 폴 볼커에 대한 평가를 하면서 볼커 전 의장은 두 마리의 용과 싸웠다는 말을 했다. 눈앞에 펼쳐져 있는 높은 물가 상승, 즉 인플레이션이 그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이런 물가 상승세가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는 사람들의 심리, 즉 기대 인플레이션이다.

물가가 계속해서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된다면 사람들은 미래의 소비를 현재로 당겨서 진행하게 되는데, 이 경우 현재 불안한 물가 레벨이 더욱더 높아지는 문제가 생기게 된다.

미국은 1980년대 폴 볼커의 강한 긴축 정책으로 10년 이상 이어져왔던 거대한 인플레이션의 기운을 제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의 강한 경기 부양과 공급망의 불안은 그런 인플레이션의 부활을 만들어냈고 이런 현상이 장기화한다면 기대 인플레이션의 고착화 가능성 역시 생겨나게 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단기로는 매파, 중장기로는 비둘기파가 되고 싶다는 코멘트를 한 바 있다. 중장기적으로 한국 경제는 향후에도 많은 저성장의 암초를 만날 수 있다. 이때는 강한 경기 부양이 필요한데 인플레이션이 고착화해 있다면 과감한 경기 부양 시기마다 물가가 급등하면서 그런 부양책의 부작용이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 지금 매파적인 스탠스를 갖추고 인플레이션을 제압하면, 그렇게 해서 인플레이션의 고착화를 막는다면 이후의 금리 인하 등의 부양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적시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각국의 통화정책 방향은 한마디로 인플레이션과 성장, 그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될 것이다. 우리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과도한 낙관론도 경계하면서도 그에 못지않게 과도한 우려도 경계해야 한다.
        
절망보다는 희망의 시각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다시금 성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바뀌는 날을 기대해 보겠다.

     

                                  

지금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브레이크를 밟지 않으면
나중엔 더 강하게 브레이크를 밟아야 합니다.

인플레이션이 고질병이 되면
중장기적인 지속가능한 성장이 힘들 것입니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라고
지금의 시장 상황을 바라보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 오건영 컨설턴트 -
(신한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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